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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마다 심해지는 지루피부염…IT바이오로 관리 시장 커진다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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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건조한 공기와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면서 피부 장벽이 약해지고 만성 피부질환이 악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마스크 착용과 장시간 난방 사용으로 얼굴과 두피 주변부의 온도와 습도가 함께 올라가면서 염증성 질환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특히 피지 분비가 많은 부위에 잘 생기는 지루피부염 환자가 증가하는 양상으로, 병원 진료뿐 아니라 항진균 샴푸, 스마트폰 앱 기반 자기관리 등 IT바이오 융합 관리 솔루션 수요도 확대되는 흐름이 감지된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겨울철 지루피부염 관리가 두피 탈모 예방과 디지털 헬스케어 생활화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루피부염은 피지 분비가 많은 부위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두피, 이마, 코 주변, 가슴 부위에 잘 나타나며, 붉은 반점인 홍반과 비듬과 비슷한 각질인 인설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꼽힌다. 증상이 심해지면 가려움과 통증, 열감까지 동반돼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유발한다. 생후 3개월 이내 영아와 40세에서 70세 사이 성인, 특히 남성에게서 흔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에는 불규칙한 수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전자기기 과사용 등 생활 리듬이 깨진 20대와 30대에서도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로 전해진다.

정확한 발병 기전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의료진은 피지 과다분비, 모공에 서식하는 곰팡이균, 계절·기후 같은 환경 요소, 면역력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계절적으로는 환절기와 겨울철처럼 기온이 낮고 공기가 건조할수록 증상 악화가 잦다. 스트레스가 높아질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피지 분비를 촉진하고, 동시에 면역 방어력을 떨어뜨려 염증 반응을 키우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염증 부위에 인설이 두껍게 쌓이고, 피부 자극과 가려움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지루피부염이 가장 흔히 나타나는 부위는 두피다. 평소보다 비듬 양이 갑자기 늘거나, 모자를 쓰기 어려울 정도의 가려움이 계속되는데도 단순한 건조나 일시적인 두피 트러블로 여기고 방치하는 사례가 많다. 의료진은 비듬과 가려움이 수주 이상 지속될 경우, 특히 홍반과 두꺼운 인설이 동반된다면 지루 두피염 가능성을 높게 본다.

 

지루 두피염은 두피에서 피지가 과도하게 분비되고, 피지를 영양분으로 삼는 곰팡이균이 급증하면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구조다. 흔히 비듬균으로 알려진 이 곰팡이가 늘어나면 두피 표면에 미세 염증이 퍼지고, 그 부위가 붉게 달아오르며 각질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특히 이번 질환은 기존 단순 건성 비듬과 달리 염증성 변화가 뚜렷해, 방치 시 모낭 손상과 탈모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증상이 심해지면 두피에 뾰루지 형태의 구진이 생기거나, 진물이 배어나오고 특유의 냄새가 동반되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는 머리카락 뿌리 주변 조직까지 염증이 파고들 수 있어 모발이 약해지거나 빠지는 탈모 증상이 관찰된다. 두피가 예민하거나 유분이 많은 사람, 헤어 스타일링 제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람에게 특히 잘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가려움 때문에 손톱으로 두피를 세게 긁으면 2차 세균 감염으로 염증이 급격히 심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병변이 두피에서 이마, 귀 주변, 목 뒤까지 확장되는 양상도 자주 보고된다.

 

두피 관리 측면에서는 청결 유지가 기본 전략으로 꼽힌다. 머리카락과 두피에 쌓이는 유분과 먼지가 곰팡이균의 서식 환경을 넓혀 지루 두피염 악화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지루 두피염 환자의 상당수에서 비듬균 증식이 동반되는 점을 들어, 항진균 성분이 포함된 전용 샴푸 사용을 권고한다. 통상 주 2회에서 3회 정도 사용해 5분가량 두피를 마사지하며 방치한 뒤 깨끗한 물로 헹구는 방식이 제안된다. 최근에는 두피 상태를 촬영해 기록하고, 세정 주기와 샴푸 사용 패턴을 스마트폰 앱으로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도 늘어나는 추세로, 제품사와 IT기업은 이 시장을 겨울철 계절성 수요가 뚜렷한 니치 영역으로 보고 있다.

 

귀 주변도 지루피부염이 잘 생기는 부위다. 귓바퀴에 기름과 각질이 반복적으로 생기거나, 외이도 깊숙한 곳에 심한 가려움과 홍반, 유분이 동반될 경우 지루피부염과의 연관성을 고려해야 한다. 환자들이 화농성 외이도염이나 단순 습진으로 오인하고 연고만 바르다 보니, 만성화해 병원 방문 시점이 늦어지는 사례가 잦다.

 

진단 과정에서는 특수 장비나 복잡한 검사가 필수는 아니다. 피부과 전문의가 환자의 병력과 특징적인 병변 양상을 종합해 지루피부염 여부를 가린다. 다만 증상 형태가 비슷한 건선과의 감별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두 질환 모두 홍반과 인설이 관찰되지만, 건선은 인설을 제거하면 점상 출혈이 잘 생기고, 손발톱 변형이나 팔꿈치, 무릎 등 다른 부위에 전형적인 병변이 동반되는 패턴이 많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병변 이미지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건선과 지루피부염을 구분하는 알고리즘 연구도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어, 향후 1차 진단을 돕는 디지털 도구로 발전할 여지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치료 전략 측면에서 지루피부염은 완치보다는 증상을 조절하며 재발 간격을 늘리는 만성 관리 질환에 가깝다. 과도한 세안은 피부 지질층을 제거해 오히려 건조와 자극을 악화시키므로, 세안제는 최소량을 사용해 가볍게 문지른 뒤 미지근한 물로 헹구는 방식이 권장된다. 알코올 함량이 높은 화장품은 피부 수분을 빼앗고 자극을 유발해 피하는 편이 낫다. 의료진은 금연과 금주, 규칙적인 수면, 스트레스 관리가 장기적인 재발 억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산업 측면에서는 항진균 샴푸와 저자극 보습제,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균형을 표방하는 코스메슈티컬 등 지루피부염 관련 제품군이 빠르게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피부 상태를 일지처럼 기록하고, 가려움 정도와 수면 패턴을 함께 분석해 flare up 시점을 예측하려는 디지털 헬스케어 앱, 두피 카메라 연동 가정용 진단 기기 등 IT융합 솔루션이 더해지면서 관리 도구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진단과 치료의 중심은 병원 내 전문의가 쥐고 있어, 디지털 도구는 보조 수단 역할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의료진은 지루피부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조기에 피부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상 관리와 디지털 도구가 증상 기록과 생활습관 교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약물 선택과 치료 강도 조절은 전문 의료 자문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IT바이오 업계에서는 지루피부염과 같은 만성 피부질환 관리 영역이 디지털 치료제와 맞춤형 코스메틱, 데이터 기반 생활습관 코칭 서비스가 교차하는 대표적인 시험무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향후 관련 기술이 실제 환자 관리에 얼마나 깊숙이 안착할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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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피부염#분당서울대병원#디지털헬스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