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에 신사업 급정지”…카카오, AI·핀테크 미래 불확실성 커져
시세조종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최고 수위의 징역형이 구형되면서, 카카오 그룹의 핵심 성장 축이었던 AI 및 핀테크 신규 사업이 심각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IT업계는 “이번 재판 결과가 카카오의 미래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분기점”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사업확장과 성장동력 다각화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29일 서울남부지법은 김범수 창업자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를 무력화하기 위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는 혐의에 대해 결심공판을 마쳤다. 검찰은 김 창업자에게 자본시장법상 최고 수준인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을,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에도 각각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21일 1심 판결을 예고했다. 김 창업자 측은 혐의를 강력히 부정했지만, 업계는 오너 리스크가 대내외 신사업 역량 전반에 드리울 영향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최대 뇌관으로 지목된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주요 주주의 자격을 엄격히 심사하며, 자본시장 등 관련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전과가 확정되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10% 이상을 가질 수 없다. 이 경우 카카오는 은행 사업 지배력 약화와 함께 경영권 불안에 내몰릴 수 있다. 실제로 관련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검찰 구형 직후 카카오 주가는 애프터마켓에서 5% 가까이 급락했다.
신규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스테이블코인 사업도 흔들린다. 카카오 그룹은 최근 최고경영진이 직접 주축이 된 스테이블코인 전담팀을 출범시키고 글로벌 협력을 모색해 왔으나, 대표 및 법인이 중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정부 인허가와 시장 진입이 원천 차단될 수 있다. 디지털 자산 운용 역량을 강조해 온 카카오뱅크도, 그룹 차원의 사법 리스크가 실적 확대와 신사업 구상에 그림자가 되고 있다.
AI 사업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카카오는 내달 ‘이프 카카오’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AI 생활화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었으나, 대외 신뢰도와 투자자 심리 위축, 국내외 기관 투자자와의 소통에도 직격탄이 예상된다. 최근 홍콩 IR 행사 등 글로벌 자본시장 공략에도 불확실성이 드리워진 상황이다. 한편 IT업계 안팎에서는 “지나치게 사법적 잣대가 적용될 경우, 국내 디지털 혁신 기업의 인수합병 및 투자 전략 전반이 위축돼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카카오의 미래 성장 로드맵은 김범수 창업자 및 그룹 법인의 법적 책임 확정 여부에 따라 대전환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번 재판이 핀테크와 AI 등 신사업 추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며 “기술 혁신보다 정책·사법 환경이 기업 생태계의 조건으로 떠오르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신사업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