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슈퍼컴퓨팅 확산”…가트너, 10대 기술 트렌드 발표로 산업 재편 예고
AI 슈퍼컴퓨팅을 비롯한 차세대 인공지능 인프라가 IT·바이오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주요 동력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IT 연구·자문기관 가트너는 2026년을 겨냥한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를 발표하며, "기술 변화·혁신·위험이 전례 없는 속도로 확산되는 해가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트너가 꼽은 트렌드에는 AI 슈퍼컴퓨팅 플랫폼,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 도메인 특화 언어 모델, AI 보안 플랫폼, 컨피덴셜 컴퓨팅 등 산업과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혁신 기술이 포함됐다. 업계는 이번 발표가 디지털 인프라, 데이터 주권, AI 자동화 경쟁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가트너의 올해 트렌드 중 최상위에는 AI 슈퍼컴퓨팅 플랫폼이 올랐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복잡한 데이터 연산 수요가 급증한 결과,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AI 전용 반도체 등 이기종 컴퓨팅 자원을 통합해 고성능 처리를 구현하는 인프라가 필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력한 프로세서, 대용량 메모리, 특수 장비가 결합된 이 플랫폼은 신약 개발, 금융 포트폴리오 시뮬레이션, 거대 기상 모델링까지 광범위한 산업 현장에서 혁신을 견인한다. 가트너는 실제로 의료·금융·에너지 등 주요 산업에서 신약 개발 기간을 기존 수년에서 몇 주로 단축하거나, 실시간 리스크 관리 성능을 높이는 등 실효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단일 AI를 뛰어넘어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력하는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MAS)'도 주목받고 있다. MAS는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팀 역량을 확장하며, 인간과 AI간 새로운 협업 방식을 실현한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실제로 다중 에이전트 구조가 적용되면 유연한 조직 전환, 비즈니스 민첩성 강화 성과도 함께 기대되고 있다.
범용 대형언어모델(LLM)의 한계를 보완하는 산업별 맞춤형 AI 도입도 본격화된다. 도메인 특화 언어 모델(DSLM)은 특정 분야 데이터로 학습·미세조정돼, 기존 LLM 대비 더 높은 정밀성과 비용 효율, 맞춤 규정 준수를 제공한다. 기업 현장의 실제 요구사항을 반영한 AI 활용이 향후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흐름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AI 보안에 대한 대응 전략도 트렌드의 중심축이 됐다. 가트너는 2028년 기업의 절반 이상이 AI 보안 플랫폼을 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스템 운영의 가시성, AI 활동 모니터링, 프롬프트 인젝션·데이터 유출 차단 등 여러 위협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AI 네이티브 개발 플랫폼의 도입도 가속될 전망이다. 2030년에는 조직의 80%가 AI 자동화 기반 개발 환경을 도입, 소규모 팀이 대규모 엔지니어링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 가트너의 분석이다.
데이터 보호 측면에서는 '컨피덴셜 컴퓨팅'이 차세대 표준 기술로 부상한다. 이 기술은 신뢰 실행 환경(TEE) 기반 하드웨어에서 데이터를 암호화된 상태로 처리, 내부 운영자나 서버 관리자도 민감 데이터를 볼 수 없게 한다. 특히 글로벌 운영·협업이 빈번하거나, 규제 이슈가 많은 산업에서 도입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드론·스마트 장비 등 실물기기에 AI 인지능력을 통합하는 '피지컬 AI', AI 기반 자동차단, 예측적 방어가 가능한 '선제적 사이버보안' 역시 IT·바이오 산업 민감 부문에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오픈소스·AI 생성 콘텐츠의 진위에 대한 '디지털 출처 검증', 글로벌 분쟁·데이터 주권 규제에 대응하는 '지리적 이전(Geopatriation)' 전략도 가트너가 주요 변화의 축으로 들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AI 기술 채택이 기존 업무 구조와 체질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다만, 고성능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데이터 주권·프라이버시·시장 독점 등 정책·윤리·규제 이슈가 함께 부상하는 점이 견제 요인이다. 유럽연합(EU)의 AI Act, 각국 데이터 국산화 규제, 산업별 신뢰 인증 프레임워크 도입 등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트너 수석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이 책임감 있는 혁신과 디지털 신뢰 확보, 초연결 사회 대응을 동시에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업계 전문가들도 “혁신 속도만큼이나 산업 구조 재편과 ‘기술 신뢰-보호’의 균형이 시장 안착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산업계는 이번 AI 기반 트렌드가 실제 시장에 어떻게 안착할지, 그리고 기업·정부·사용자 간 새로운 역할 재정립이 어디까지 이루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