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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배 급증한 폐렴구균 감염”…프리베나20, 영유아 국가백신으로 전환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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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구균 감염이 소아와 고령층 모두에서 위협적으로 늘고 있다. 국내 폐렴구균성 폐렴 환자 수는 2021년 1063명에서 작년 1만191명으로 약 9배 급증하며, 폐렴이 호흡계통 질환 내 사망 원인 1위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최근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는 영유아 대상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 ‘프리베나20’이 포함됐고, 예방 전략의 변화가 산업계와 의료현장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상 중이다. 업계는 이 변화를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 예방 경쟁의 분기점으로 본다.

 

폐렴구균은 산소 존재 유무에 상관없이 생존하는 조건혐기성 세균으로, 균혈증이나 수막염, 패혈증 등 다양한 침습성 감염을 유발한다.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후 2차 세균감염의 대표 원인군으로 꼽히며, 집락화(Colonization) 특성 탓에 일부 감염을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다. 실제로 국내 소아·청소년에서 폐렴구균 질환은 연평균 17만명이 발생하고, 성인 주요 사망 원인 3위도 폐렴이다. 폐렴구균성 폐렴 환자 약 25~30%에서 균혈증이 동반되며, 노인층 치명률은 최대 60%, 침습 시 80%까지 치솟는다.

기저질환자(만성심질환, 간질환, 면역결핍 등) 뿐 아니라, 건강한 18~64세 성인 역시 침습성 페렴구균 감염(IPD) 위험이 있다. 심평원 보건의료빅데이터 분석 결과, 2023년 전체 폐렴구균 환자 중 절반(51.9%)이 5세 미만 소아였다. 특히, 20개 병원 감시 연구에 따르면 소아 IPD 환자 62.8%가 감염 위험요인이 없는 영유아였다. 이로써 위험요인 유무와 상관없이 예방전략의 보편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프리베나20은 이런 변화에 대응해 지난달 영유아 국가필수예방백신에 추가됐다. 총 20가지 혈청형(1, 3, 4, 5, 6A, 6B, 7F, 8, 9V, 10A, 11A, 12F, 14, 15B, 18C, 19A, 19F, 22F, 23F, 33F)에 대한 감염 차단 효과가 입증됐다. 기존 제품(프리베나13)에 비해, 소아 침습 감염의 빈도수가 높은 10A, 15B 혈청형이 포함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이 두 혈청형이 소아 감염의 54%를 차지한다는 감시 결과가 발표됐다. 김동현 인하의대 교수는 “소아 영역에서 프리베나20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 백신 접종자도 교차 접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고령화와 맞물려, 폐렴구균 백신의 성인 접종 전략도 중요한 이슈다. 지난해 기준 폐렴 환자의 24%가 50세 이상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다당(多糖)백신 위주로 접종받고 있어, 전문가들은 단백결합백신(프리베나20 등) 도입이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다혈청 커버리지를 갖춘 단백결합백신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질병 예방 효과의 실질적 향상, 백신 교차접종 허용, 면역 취약군에 대한 특화 기준 강화 등이 도입되고 있다.

 

산업적으로, 백신 개발 기술력과 배포 전략, 국가 NIP 도입 역량이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보건당국이 혈청형 변동에 대한 감시체계와 예방 접종 정책을 연계하며, 백신 데이터 기반 분석과 검증이 강화될 움직임이다. 김 교수는 “단백결합백신 중심 접종 체계가 안전망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폐렴구균 백신 정책이 실효성을 갖추며 실제 환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제도 개선이 동시에 맞물릴 때, 백신의 사회적 가치가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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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베나20#폐렴구균#한국화이자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