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호르~아스트라한 8천km 물류대동맥”…파키스탄-러시아 화물열차, 무역 급증→글로벌 경로 재편 파장
여명과 서녘의 빛이 교차하는 남아시아의 심장, 라호르에서 북방의 거점, 러시아 아스트라한까지 약 8천km를 잇는 화물열차가 마침내 굉음을 내며 떠난다. 파키스탄과 러시아의 새로운 물류 엔진이 22일 첫 운행을 시작하면서, 유라시아의 광활한 대륙에 이국적 희망과 무역의 약동이 피어나고 있다. 이 길에는 이란과 중앙아시아 들녘의 시간도 함께 흐른다. 광활한 평원과 한낮의 사막, 울창한 초원과 교역의 역사가 ‘철도 경제 회랑’이란 신화로 새겨진다.
이 화물열차는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출발해 국내 2,001km를 달린 뒤, 국경 너머 이란으로 들어선다. 이란에서는 각기 다른 궤도 폭으로 컨테이너를 다시 실어야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 러시아로 이어지는 구간은 단일 궤도 위를 미끄러지듯 달린다. '국제북남교통로(International North-South Transport Corridor, INSTC)' 동부노선을 등에 업은 이 길은, 러시아와 이란, 인도가 장기간 꿈꿔온 대륙 횡단 무역의 새 동맥이 된다. 첫 열차에는 20피트 컨테이너 15~16개와 약 500t의 화물이 담긴다. 새 길이 열림에 따라 파키스탄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무역 교역액은 2023~2024 회계연도 10억9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31%라는 기록적 성장을 일궈냈다.

지리적 요충지를 잇는 이 운송망의 시대적 등장은, 파키스탄 철도부가 노렸던 철도 현대화와 물류확장, 그리고 대륙 내 교역 중심국 도약을 향한 의지의 결실이다. 파키스탄은 이 노선을 통해 가죽 의류, 섬유, 전자·의류 기기를 수출하며, 러시아로부터는 밀, 비료, 건조 채소, 원유제품 들을 받아들인다. 글로벌 물류의 숨결은 수송 시간 역시 20~25일로 대폭 단축해 아시아와 유럽 경제 흐름의 새로운 질서를 예고한다.
국제정치의 기류 또한 서서히 움직인다. INSTC 라인을 통한 복합운송체계가 본격화되며, 지역 내 무역협력과 경제적 상호의존이 강화되는 양상이다.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도 이 새로운 중간 기착의 무대가 되면서 다자 교역의 전략적 입지가 부각된다. 세계 각국은 미래 운송망 변화와 역내 정책 재편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투자자와 무역 종사자들은 파키스탄과 러시아 교역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서남아 지역 전체의 새로운 성장 축을 발견하는 계기로 받아들인다.
이 거대한 기관차의 첫 바퀴 소리는, 머지않아 국제 물류와 교역, 그리고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드는 경제 협력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또 한 번의 전환점이 되리란 기대감을 키운다. 세계는 신 노선을 중심으로 솟구치는 유라시아 경제의 박동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