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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길, 시장의 온기”…경남 고성에서 만나는 가을의 특별함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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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면, 경남 고성을 걷는 여행자들이 늘어난다. 한때 어린이들의 상상 속에만 머물던 공룡 풋자국이, 이제는 누구나 직접 밟아볼 수 있는 특별한 일상의 풍경이 됐다. 자연과 역사가 겹겹이 쌓인 순간순간들, 그 속에서 고성은 남다른 기억을 남긴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마음을 끄는 곳은 상족암 일대다. 파도가 깎아낸 기암괴석, 쉴 새 없이 들리는 해안가 물소리, 그리고 수억 년을 뛰어넘어 온 공룡 발자국 화석들. 시간의 신비가 피부로 전해져 온다. 늦가을 해 질 녘,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가 어울리는 풍경은 걷는 이들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SNS에선 ‘상족암 인증샷’이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상족암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상족암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고성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1일, 6일마다 열리는 시장엔 신선한 해산물과 지역 특산물이 가득하다. 1963년 문을 연 상가형 시장은 깔끔한 시설과 함께, 정겨운 상인들의 인사, 가을 제철 먹거리로 여행객들의 시간을 채워준다. “시장 구경하며 떡과 회를 맛보고, 푸근한 기운을 얻는다”는 고백이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경남관광재단에 따르면 최근 3년 새 고성 공룡 발자국 화석지 방문객은 꾸준히 증가 중이다. 시장 상인들은 “가족 여행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체감한다. 역사와 맛, 자연 풍경이 어우러지며 세대 구분 없이 다양한 이들이 찾는 이유다.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맛집도 있다. ‘통영짬뽕’으로 알려진 식당에선 신선한 해산물과 깊은 국물의 조화로 특별한 한 끼가 놓여진다. 푸근한 인심, 깔끔한 홀에서 묻어나는 일상적인 온기가 더해진다. 한 번 맛본 이들의 후기는 “이래서 다시 찾게 된다”는 공통된 만족감으로 이어진다.

 

고성박물관 역시 소중한 여행지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지는 유물이 촘촘히 전시돼, 고성 지역의 변천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아이와 함께 찾은 가족 방문객은 “공룡만큼 오래된 시간의 흐름을 배우고 간다”며 작은 감동을 전한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정체성을 직접 보고 체험하는 여행이 아이들 교육에도 긍정적 자극을 준다”고 말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상족암에서 찍은 노을 사진, 아직도 배경화면에 써요”, “시장 구경이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어요”라는 글이 줄을 잇는다. 그러다 보니, 고성은 단순한 ‘익숙한 시골’이 아니라, 도시에서 놓친 감각을 되찾는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작고 사소한 하루의 여행이지만, 그곳을 걷고 맛보고 기억하는 동안 우리 마음은 오래된 시간의 결과 마주하게 된다. 지금 고성의 변화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나만의 기억’으로 남는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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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상족암#고성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