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문서화 시 경제 큰 타격”…조현 외교부 장관, 신중 전략 강조
한미 관세 협상을 둘러싼 외교적 셈법이 국회를 중심으로 첨예한 논쟁에 휩싸였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국민의힘 김건 의원이 맞붙은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는 한미정상회담 당시 합의 결과의 문서화 여부와 그 파장이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최근 미국 측 요구와 한중 외교 현안까지 더해지며 외교 라인에서는 신중한 협상 기조가 확인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6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만일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그대로 문서화했다면 우리 경제에 상당히 큰 주름살이 될 수 있는 걱정스러운 내용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건 의원이 ‘정상회담 결과를 문서화하지 않은 이유로 후속 협상에 애로가 생겼다’고 질의하자, 조 장관은 당시 합의된 일부 내용이 있었지만 추가 협상을 위한 국익 우선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목숨을 걸고 협상에 임해 일부는 지켜냈다”며 “즉시 합의하는 대신 지금도 국익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 장관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농산물·쇠고기·쌀 등 민감 품목을 기존 수준으로 지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산물 개방은 무역 원활화 수준에서 막아냈고, 쇠고기 월령 제한이나 쌀 수입에서도 추가 양보 없이 방어했다”며 당시 정부 발표가 국민을 오도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도 “최선의 합의를 끌어냈다”고 반박했다.
협상 지연에 대해서도 조 장관은 “미국이 제시하는 안에 현재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신속한 타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혀, 시간적 지체는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재차 강조했다. 김 의원이 미국 측 현금 투자 요구와 관련해 무제한 통화스와프 요청 사실을 확인하자 조 장관은 “제안 중 하나였다”며 “협상 결과에 국민 부담이 있다면 반드시 국회에 설명하고 동의 구할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외교 현안 중 하나인 한중 관계에 대해서도 발언이 이어졌다. 조 장관은 “17일부터 베이징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예정돼 있다”며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은 중국 측도 거의 확실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긴밀한 움직임 속에 중국 역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기조를 지지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조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여야 모두 한미 협상 지연의 책임 소재, 경제적 영향, 국민소통의 투명성 등을 놓고 갈등 기류가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협상 지연이 장기화되면 무역 질서 변화와 시장 혼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한편 조현 장관의 방중과 한미 협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향후 동북아 정세와 경제 협상의 흐름에도 관심이 쏠린다. 외교부는 조만간 협상 경과와 추가 합의 상황을 국회에 보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