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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4차 성공"…고흥, 뉴스페이스 전초기지 부상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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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전남 고흥이 국내 뉴스페이스 시대의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발사 운용 단계에 민간 기업 참여를 본격 확대하는 가운데, 지역은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와 교통 인프라를 앞세워 우주 산업 벨트를 구축하려는 구상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고흥이 향후 발사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품은 국내 대표 우주 거점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누리호 4차 발사 장면을 고흥 나로우주센터 연구동에서 직접 지켜본 김영록 전남지사는 27일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온 도민과 함께 발사 성공을 축하한다고 밝히며 이번 발사를 본격적인 민간 우주시대의 시작으로 평가했다. 그는 누리호가 밤하늘을 가르며 상승하는 장면을 대한민국 우주 강국 도약의 상징적 순간으로 묘사하며 우주 기술 자립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4차 발사는 누리호의 기술 신뢰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도 발사체 운영 체계를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누리호는 국내 발사체 가운데 역대 최다인 13기 위성을 한 번에 탑재했으며, 사상 첫 야간 발사를 성공시키며 운용 유연성을 입증했다. 동일 기종 발사체를 반복 발사하는 과정에서 비행 데이터와 운용 경험이 축적되면서 발사 신뢰도와 실전 능력이 국제 수준으로 근접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지사는 이번 성공이 단순한 발사 실적을 넘어 고흥의 전략적 위상을 끌어올렸다고 해석했다. 그는 고흥이 우리나라 뉴스페이스 시대의 전초기지로 자리 잡고 있다고 언급하며, 정부가 추진 중인 제2 우주센터 입지 선정 과정에서 고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기존 나로우주센터 인프라와 연계하면 발사체 조립과 시험, 발사, 위성 운용 등을 아우르는 통합 우주산업 허브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발사 인프라뿐 아니라 주변 산업과 교통망을 포함한 클러스터 조성이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김 지사는 세계 5대 우주강국 도약을 위해 고흥 우주발사체산업 클러스터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처럼 연구, 체험, 교육, 관광 기능을 결합한 우주발사체 사이언스 컴플렉스 구축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를 통해 우주 과학 인재 양성과 대중 인식 확산,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교통 인프라 확충도 우주 클러스터 완성도를 좌우하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 지사는 발사체 관련 기업과 연구 인력이 집적되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국도 15호선 고흥에서 봉래 구간 4차로 확장과 고흥에서 광주를 잇는 이른바 우주고속도로의 조속한 추진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고속도로와 대도시권을 직접 연결하는 교통망은 소재, 부품, 장비 기업의 입주와 연구 협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우주 산업에서는 이미 민간 기업 주도의 뉴스페이스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민간 발사체 기업이 정부 발주와 상업 발사를 병행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고, 유럽과 일본도 자국 발사체 체계를 중심으로 민간 참여를 늘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이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누리호 같은 발사체 기술 성과를 산업 단지, 인력, 제도와 연결하는 종합 전략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따라붙는다.

 

전남도는 앞으로 나로우주센터를 중심으로 한 고흥 연안 일대를 발사체 제작, 시험평가, 위성 조립, 데이터 서비스까지 연동하는 우주 산업 벨트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2 우주센터 유치와 우주발사체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발사 일정 다변화와 상업 발사 수주 능력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는 누리호 4차 성공을 계기로 고흥이 실제로 뉴스페이스 전초기지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인프라와 제도 지원이 어떻게 뒷받침될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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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누리호#고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