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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 억제 새 표준”…HK이노엔, 케이캡 세계일류상품 선정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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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 분비 억제 기술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국산 30호 신약으로 개발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이 산업통상부와 KOTRA의 세계일류상품 육성사업에서 현재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며, 국산 위장약의 글로벌 시장 확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는 이번 선정이 국산 신약 수출 경쟁력 검증과 동시에 글로벌 소화기질환 치료제 시장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상징적 이벤트로 보고 있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이 올해 세계일류상품 육성사업에서 현재 세계일류상품으로 공식 선정됐다고 19일 밝혔다. 올해 뽑힌 97개 현재 세계일류상품 가운데 의약품은 케이캡이 유일하다. 선정 기준은 세계 시장점유율 5퍼센트 이상, 세계 5위 이내이면서 연간 수출 규모가 500만 달러 이상인 제품과 기업이다. 2001년부터 운영된 이 사업은 수출 유망 품목을 선별해 인증과 함께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국가 단위 글로벌 경쟁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 왔다.

케이캡은 테고프라잔 성분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P CAB으로 불리는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신약이다. 기존의 PPI 계열 약물이 위산분비를 차단하는 데 수 시간이 필요했던 것과 달리, P CAB은 위벽 세포에 있는 양성자 펌프를 칼륨 이온과 경쟁해 직접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해 발현 속도가 빠르고 제산 효과가 오래 유지되는 것이 특징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30번째로 허가된 국산 신약으로, 야간 속쓰림이나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군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쓰이며 치료 표준을 바꾸는 약물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세계일류상품 선정으로 케이캡은 해외 마케팅, 금융, 수출 컨설팅 등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소화기 질환 치료제는 고령화, 식습관 변화, 비만 증가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영역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은 장기 매출 확대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부와 KOTRA 입장에서도 위장약 분야에서 국산 신약을 전면에 내세운 성공 사례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케이캡은 해외 53개국과 기술수출 또는 완제수출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국내를 포함해 중국, 중남미 등 18개국에서 실제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아직 허가와 런칭을 준비 중인 국가들도 추가로 남아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PPI 계열 약물이 강세를 보이던 기존 시장구도에서, 국산 P CAB이 다수 국가에서 유통망을 확보했다는 점은 국내 제약사의 기술 수출 모델이 항암제나 희귀질환 영역을 넘어 소화기질환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P CAB 계열 위산분비 억제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일본과 유럽,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기존 PPI를 대체하거나 병용하는 형태로 P CAB 처방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케이캡은 다국가 기술 수출 계약을 기반으로 후발주자이면서도 가격과 복용 편의성, 적응증 확장 전략 등을 통해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특히 중국과 중남미 등 성장성이 큰 신흥 시장에서 초기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10년 성장세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세계일류상품 육성사업에 포함된 제품은 수출 보험, 금융 우대,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 등 다각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연구개발 중심이던 신약의 가치를 실제 매출과 브랜드 인지도 확대로 연결하는 데 유리한 구조를 갖게 된다. 제약 산업에서는 해외 임상과 허가, 약가 협상 등 규제 장벽이 높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수출 지원 프로그램이 실질적 진입 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의 세계일류상품 선정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공인 받은 계기라고 강조하며, 혁신 신약 개발과 해외 시장 확대를 통해 국내 제약산업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업계는 케이캡 사례가 국산 신약이 국가 인증 프로그램과 결합해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겨냥하는 전형적 모델로 자리 잡을지, 향후 수출 실적과 적응증 확대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기술력뿐 아니라 글로벌 유통망과 규제 대응 역량이 제약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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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이노엔#케이캡#세계일류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