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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활동 혐의로 700명 체포”…이란, 이스라엘 스파이 색출 본격화에 내부 탄압 우려
국제

“간첩활동 혐의로 700명 체포”…이란, 이스라엘 스파이 색출 본격화에 내부 탄압 우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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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각 25일, 이란(Islamic Republic of Iran) 주요 지역에서 이스라엘(Israel) 간첩 활동에 연루된 이들을 색출하는 대대적 체포 작전이 벌어졌다. 이란 당국은 최근 12일에 걸친 이스라엘과의 교전 기간 중 ‘간첩행위’ 혐의로 700명 이상을 체포했으며, 이스라엘의 용병으로 간주된 이들에 대해 처형을 포함한 강경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숙청은 중동 내 갈등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의 내부 결속 강화와 정보 유출 차단을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이란의 강경 대응은 이달 13일 이스라엘이 나탄즈 등 이란 핵시설과 지도부를 겨냥해 드론 및 외부 병행 공습을 단행한 직후부터 본격화됐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는 공습 이전부터 이란 내 핵심 인물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해 이란 당국은 자국 내 이스라엘 비밀 요원 활동을 색출해 일부를 처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체포 대상자에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온라인 기사 공유 행위까지 포함되었으며, 체포 작전은 주로 케르만샤, 이스파한, 쿠제스탄, 파르스, 로레스탄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이뤄졌다.

[나탄즈=AP/뉴시스] 지난 22일(현지 시간) 이란 나탄즈 지하 농축 시설 위에 미국의 공습으로 생성된 포탄 구덩이 모습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 / 뉴시스
[나탄즈=AP/뉴시스] 지난 22일(현지 시간) 이란 나탄즈 지하 농축 시설 위에 미국의 공습으로 생성된 포탄 구덩이 모습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 / 뉴시스

이란 내에서는 형사 및 정보기관 주도로 간첩 행위 신고와 감시가 더욱 강화됐고, 이와 별도로 검찰 산하에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감독하는 전담팀이 꾸려지면서 정보 유통에 대한 통제도 한층 엄격해졌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남성 3명이 이스라엘을 대신해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처형됐으며, 이란 당국은 암살 장비 반입 시도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AFP와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 등은 최근 16일 이후 이란에서 최소 6건의 처형이 추가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란이 중국(CHINA)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처형을 집행하는 국가라는 점에 주목하며, 단속 강화로 인권 침해 우려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중동 사태는 이스라엘의 선제 공습과 미국(USA)의 벙커버스터 폭격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란의 보복 공격까지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이란의 군사적 대응은 카타르 주둔 미군 기지에 대한 사전 통보성 공격에 그쳐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군사적·심리적 성격이 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듯 대외적 군사 행동에 한계를 드러낸 이란은, 내부 첩보 활동 색출과 보복 처형으로 사실상 친이스라엘 세력 차단에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 여론도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imes of Israel)은 국제앰네스티의 발표를 인용해 이란 내 처형 대상 확대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런던의 채텀하우스 전문가는 “이란 정권이 침투자를 대거 색출·숙청하며, 반정부 인사와 시민의 탄압이 심화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주요 외신들은 이란 당국의 숙청 정책이 인권 및 사법 절차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이란의 정보 통제 확대와 처형 집행이 내부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심화를 부를지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란 내 숙청과 처형 확대가 중동 정세와 인권 문제에서 외교 갈등을 지속시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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