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9만달러 재진입…연준 금리 인하 기대·뉴욕 증시 랠리에 동조
가상자산 가격이 다시 뉴욕 증시와 보조를 맞추며 강세로 돌아섰다.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80%대 후반에서 굳어지는 가운데, 뉴욕 증시에서 기술·반도체주가 연일 상승하자 비트코인과 주요 코인이 9만달러 안팎으로 되돌리는 흐름을 보이며 연말 ‘리스크온’ 심리에 동참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미국 통화정책 전환과 AI·반도체 투자 사이클, 현물 ETF 자금 흐름이 맞물린 복합 랠리라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26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 나스닥지수는 모두 0.7% 안팎 오르며 상승 마감했다. 같은 시각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비트코인이 3% 안팎, 이더리움이 2%대 오름세를 보이며 미국 증시의 강세를 공유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구성 종목 30개 전 종목이 상승하는 이례적인 장세를 연출했고, AI·반도체 섹터로 유입된 매수세가 디지털 자산으로 확산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시장에서도 조정 국면 속 되돌림 시도가 관찰된다. 27일 오전 기준 국내 주요 거래소의 24시간 코인 거래대금은 약 4조원으로 전일 대비 4.9% 줄었지만,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도지코인·파이코인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격은 동반 반등했다. 비트코인은 10월 초 고점 대비 30% 넘게 밀린 뒤 8만6천달러선에서 반등해 9만달러 부근까지 회복한 상태다. 원화 기준으로도 1억2천만~1억3천만원대 구간에서 매수세가 유입되는 전형적인 조정기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매크로 환경이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은 84%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 아래에서 등락하며 성장주와 고위험 자산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했다. 연준 베이지북과 최근 주간 실업수당 지표는 고용시장의 열기가 완만하게 식어가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어, 시장은 이를 추가 인하 여지와 경기 둔화 리스크가 공존하는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가격 흐름만 놓고 보면 비트코인 강세론을 지지하는 재료도 적지 않다. 코인마켓캡과 국내 거래소 시세를 종합하면 비트코인은 최근 24시간 기준 약 3% 올라 9만달러 선을 되찾았고, 이더리움은 3천달러 안팎에서 1~3%대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리플 XRP·도지코인 등 주요 알트코인도 저점 대비 두 자릿수 비율의 되돌림을 시도하며 높은 변동성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업비트·빗썸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XRP가 여전히 거래대금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대형 코인 중심에 고위험 알트코인을 곁들이는 매매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11월 한 달 전체를 보면 시장에는 아직 뚜렷한 상흔이 남아 있다. 가상자산 가격은 ‘과열 정점 이후 급랭’에 가까운 조정을 경험했다. 10월 초 사상 최고가 인근에서 쌓였던 레버리지 롱 포지션이 가격 하락과 함께 연쇄적으로 청산되면서, 비트코인은 12만6천달러 인근 고점에서 30% 넘게 미끄러졌다. 미국에 상장된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에서는 한 달 사이 30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빠져나가 역대급 월간 순유출을 기록했다. 일부 거래일에는 하루 9억달러에 육박하는 자금이 이탈하며 가상자산이 ‘현금화 1순위’ 위험자산으로 취급된 정황도 목격됐다.
그럼에도 11월 말 현재 시장 기류는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 AI·반도체 랠리가 재점화되고 변동성지수 VIX가 17선까지 내려오는 동안, 비트코인은 8만6천달러 부근을 단기 저점으로 확인한 뒤 9만달러 초반 박스권으로 이동했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둔 계절적 강세 패턴까지 더해지면서, 장기 보유자와 일부 기관투자가가 조정 구간을 분할 매수 기회로 인식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현물 ETF에서의 자금 순유출 속도가 얼마나 둔화되는지가 향후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현재 비트코인 강세 기대를 ‘단기 바닥 신호와 중기 불확실성의 교차 지점’으로 해석한다. 9만달러 초반은 달러와 원화 모두에서 기술적 저항이 두텁게 쌓인 구간으로, 이 구간을 힘 있게 돌파하면 연말 ‘산타 랠리’ 시나리오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ETF 자금 유출이 다시 가속화되거나 연준이 매파적 메시지로 방향을 틀 경우, 조정 폭이 재차 확대될 소지도 열려 있다는 관점도 공존한다.
결국 비트코인 강세 기대는 단기 가격 반등에 그치지 않고 미국 통화정책 경로, AI·반도체 투자 사이클, ETF라는 새로운 유통 구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된 투자심리의 집약된 표현에 가깝다. 시장은 연말 랠리의 온기를 누리면서도 ETF 자금 흐름과 고용·물가 지표를 촘촘히 점검하는 ‘조심스러운 낙관’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