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사법개혁 논의에 사법부 참여 필수”…천대엽, 전국 법원장회의서 독립성 강조
정치

“사법개혁 논의에 사법부 참여 필수”…천대엽, 전국 법원장회의서 독립성 강조

신도현 기자
입력

사법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법원 내부에서도 정면화되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1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제도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공식 입장을 채택했다. 최근 국회 주도의 사법개혁 움직임에 대한 법원 내부의 집단적 우려가 표면화된 셈이다.

 

이날 임시회의는 오후 2시부터 시작해 약 7시간 반 만에 마무리됐다. 천 처장과 법원장들은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사법제도 개편은 국민의 권익과 직결된 중대한 국가 과제이므로 사회 전체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는 공론화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고법원 구성과 법관인사제도는 사법권 독립의 핵심”이라며 “사법부가 직접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법개혁을 둘러싼 5대 쟁점에 대해 내부 우려도 공개됐다. 대법관 증원 문제에 관해 다수 법원장은 “성급한 증원은 사실심 기능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증원이 불가피하다면 ‘소규모 증원’과 더불어 ‘사실심 인력 확충’ 등 보완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상고심 개편과 대법관 수 조정 역시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점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다양화, 법관평가제 개선 등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법관평가제 개선에 대해선 “외부 개입이 사법권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면서 위헌 소지를 언급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에 대해 천 처장은 “국민의 목소리를 적정하게 반영하되, 사법권 독립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에 관해선 원칙적 찬성 입장과 함께, 개인정보·사생활 보호 등 부작용 우려가 병기됐다. 특히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는 “수사 신속성·밀행성 저해 우려”가 있다는 견해가 다수였다.

 

법원장들은 공식 안건은 아니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재판 독립이 최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하므로 내란재판부 신설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주로 제기됐다.

 

천대엽 처장은 “헌법상 사법권 주체인 사법부의 공식적 의견수렴없이 사법개혁이 추진되고 있다”고 경계감을 드러내며, 앞으로 국민과의 적극적 소통 및 각계 의견수렴을 통해 바람직한 제도개선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국회에 사법부 의사를 꾸준히 제시하겠다”며, 재판 독립과 권력분립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국 법원장회의의 공식 입장은 사법개혁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회와의 협의와 사회적 공론화, 사법부 의견 반영이 정국의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국회와 사법부, 행정부 간 협치와 국민 참여 확대 여부가 사법개혁의 진로를 좌우할 전망이다.

신도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천대엽#전국법원장회의#사법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