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 아래 가까운 풍경”…여름 당일치기 여행지 찾는 이들 늘었다
요즘 여름날씨가 예년만큼 버겁지 않다. 바람도, 햇볕도 순하게 머무는 오늘, 가까운 곳에서 여유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일상에 작은 변화를 주는 방법,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이젠 집 근처 자연이나 도심 속 푸르름이 일상의 쉼표가 된다.
29일 전국이 파란 하늘을 자랑했다. 서울은 오전부터 27도로 부드럽게 덥고, 대구·광주·제주 역시 25도~26도 내외로 쾌적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습도가 낮아 그늘 아래선 선선한 바람이 통한다. 그래서인지 아침 일찍부터 산책길이나 공원, 해변 등엔 가족과 연인, 친구 단위의 발길이 이어졌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숲, 남산공원,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처럼 도심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인기다. 프라이빗한 피크닉이나 가벼운 산책, 벤치에 앉아 오후를 보내는 모습도 흔하다. 한여름이면 이미 여행 명소가 되는 강원 속초 해수욕장, 강릉 경포해변, 춘천 소양강스카이워크에서는 바닷바람과 시원한 햇살이 여행객을 맞이했다.
충청권의 공주 공산성,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전라권의 전주 한옥마을, 담양 죽녹원, 여수 해상케이블카도 계절의 빛깔을 품었다. 경상권 경주 동궁과 월지,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제주 협재해변과 산굼부리 오름까지. 모두 여름의 한가운데서 지역별 감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야외 명소를 즐기는 흐름은 데이터로도 나타난다. 국내 인기 여행지 검색량이 7월 들어 전월 대비 25% 가까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휴가철을 앞두고, 미리 웨더앱으로 날씨를 체크하는 ‘한적한 여행’ 트렌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맑은 날 나가면 확실히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여행심리 전문가 김수연 씨는 “이런 여름 소풍은 굳이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가까운 곳에서 바람을 쐬고, 계절의 색을 새기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생기가 돈다”고 강조했다.
SNS에서는 도심 공원 피크닉 사진, 바닷가 인증컷, 휴양림 산책 이야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나만의 힐링스폿 찾았다’는 댓글, ‘여름바람이 이토록 감사한지 몰랐다’는 고백까지 이어진다. 예전엔 긴 호흡의 여행이 각광받았다면, 오늘은 작고 짧은 탈출이 주는 만족도 꽤 큰 셈이다.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여름의 당일치기 나들이는 우리 일상의 결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잠깐의 여유와 풍경 속에서 새로워지는 마음.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