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숲과 물, 별”…폭염 속 대전 나들이, 휴식의 기준이 달라졌다
요즘 대전에서 실내와 실외를 골라 나들이를 즐기는 가족, 연인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여름엔 무조건 물놀이장이 우선이었다면, 지금은 폭염 속에서도 나만의 피서를 고민하는 일상이 됐다. 사소한 목적지의 변화지만, 그 안엔 무더위 속에서 삶을 더 여유롭게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해가 채 오르기도 전, 대전 기온은 이미 30도를 넘는다. 체감 온도는 32도를 웃돌고, 잦은 자외선 경보와 후텁지근한 공기가 실내 명소와 숲을 찾는 사람들을 부른다.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대전 엑스포 아쿠아리움’은 단연 인기다. 시원한 수조 속 해양 생물을 바라보며 잠시 더위를 잊고, 오감이 깨어나는 공연에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환하게 웃는다. “여름마다 돗자리 들고 물가만 찾았는데, 요즘은 아이가 좋아하는 아쿠아리움과 과학관을 번갈아 간다”는 박지현(37·대전 서구) 씨의 경험담처럼 나들이의 기준이 달라졌다.

실제로 대전시 주요 전시·체험 공간들은 연일 방문객들로 붐빈다. 국립중앙과학관의 경우, 천체관과 미래기술 전시관 등 풍성한 콘텐츠와 완벽한 냉방, 긴 체류 시간으로 ‘하루 종일 즐기는 피서’로 각광받고 있다. 아이들의 손을 잡은 부모뿐 아니라 청소년, 연인, 중장년까지 관람층도 다양하다. 반면 ‘한밭수목원’ 야외에는 아침 일찍, 해질 무렵 산책을 즐기는 무리가 늘었다. 깊은 나무 그늘과 연못 주변에 앉아 자연의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많다. “도심 한복판에서 이렇게 시원할 수 있구나 느꼈다”고 SNS에서 유행하는 ‘피서 인증샷’ 해시태그는 덤이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상황형 피서’라 부른다. 충남대 생활환경연구소 김선희 연구원은 “과거 풀장, 워터파크 일변도였던 여름휴가가 이제는 실내외 공간, 자연과 문화, 짧은 체험까지 조합하는 맞춤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만큼 가족단위, 연인, 1인 나들이까지 목적도 다양하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날씨만 봐도 숨막히는데, 수목원 그늘이 생각난다’, ‘아쿠아리움 나들이는 이젠 필수 코스’ 같은 댓글이 이어진다. 더위를 피해 저녁 무렵 해돋이전망대에서 야경을 보는 이들, 만인산자연휴양림에서 아침 산책을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이 SNS 피드를 채운다.
폭염 속에서 ‘어떻게 나의 하루를 보낼 것인가’에 대한 선택지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실내는 물론 자연과 전망, 문화체험까지 아우르는 대전의 여름 명소들은 단지 피서를 넘어, 내 방식대로 여유를 찾는 새로운 방식의 제안이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