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산이 품은 여유”…광양의 가을, 자연과 미식에 스며들다
요즘 가을이면 섬진강이 흐르고 백운산이 감싸안은 광양으로 소풍을 떠나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단순한 지방 도시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자연과 미식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계절이 천천히 깊어질수록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의 기준도 달라졌다. 호젓한 계곡의 바람이나 따뜻한 빛이 머무는 카페, 그리움 가득한 불고기의 냄새에 이끌려, 취향 따라 느리게 머무르는 여행이 광양의 가을을 빛내주고 있다.
실제로 광양시 중심부에는 한국 3대 불고기로 꼽히는 광양불고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명소, ‘광양불고기특화거리’가 자리한다. 허영만 화백도 매료된 이 거리엔 불고기 전문점은 물론 냉면, 국밥, 샤부샤부 등 다양한 맛집이 소박하게 이어져 있다. 불고기의 역사를 간직한 1마당 ‘맛나소’를 시작으로, 소 만든 조형물이 포근함을 더하는 4마당 ‘마로소’까지, 맛의 전통과 이야기들이 강처럼 흐른다. 거리 한켠을 채우는 향긋한 고기 굽는 냄새는 평범한 여행자도 ‘오늘만큼은 광양사람’이 된 기분을 안긴다.

카페도 예외는 아니다. 진상면 섬거리에 있는 ‘카페돌담’은 제주 감성이 깃든 아늑한 공간으로, 돌로 쌓은 담과 포근한 인테리어 덕분에 SNS 인증샷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이곳을 찾은 이들은 “태양에 반짝이는 돌담 앞 커피 한 잔이 오랜 기억으로 남는다”는 감상을 자주 남긴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과 함께하는 여유가, 단순한 휴식 이상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자연을 찾는 여정은 계곡으로도 이어진다. 백운산 자락, 어치계곡엔 맑게 흐르는 물과 고요한 숲이 여행객을 기다린다. 가을이면 단풍이 바람에 물들고, 시원한 계곡물 소리가 마음을 씻어준다. “휴일마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하다 어치계곡에서 오랜만에 고요함을 맛봤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변화는 숫자 너머의 감각에서 온다. 광양시가 발표한 관광 만족도 역시 ‘자연과 음식, 그 사이의 여유’가 핵심으로 꼽혔다. 여행전문가는 “광양을 찾는 이들이 바라는 건 거창한 이벤트나 시설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이 천천히 느껴지는 공간”이라며 “현지의 소박한 미식과 평범한 자연에서 얻는 위로가 커졌다”고 표현했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불고기로 가득한 저녁거리, 계단 밑 카페에서 나눈 대화, 계곡에 흘린 작은 소원… 이젠 이런 것들이 여행의 전부가 됐다”, “관광지보다 사람 냄새 나는 골목과 시골 정취가 좋다”는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이렇게, 광양에서 보낸 하루가 각자의 느린 추억으로 남는 풍경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광양의 가을은 화려하지 않아도 지금 이 계절을 충분히 살아내는 법을 조용히 일러준다. 여행은 끝났지만, 그때의 마음은 지금도 나와 함께 걷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