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B표적 면역항암제 MP010”…메드팩토, 국가신약개발 선정으로 TGF억제 경쟁 뛰어든다
종양 미세환경을 겨냥한 차세대 면역항암제가 국내 공공 R&D 트랙에 올라섰다. 신약개발 기업 메드팩토가 개발 중인 신규 면역항암치료제 MP010이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주관하는 2025년도 2차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신규 지원 대상 과제로 선정됐다. 면역세포가 암 조직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게 만드는 종양 미세환경을 동시에 조절하는 기전이 산업계에서 주목받는 가운데, 업계는 이번 선정을 TGF기반 면역항암 파이프라인 경쟁의 분기점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메드팩토는 19일 MP010이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신약 R&D 생태계 구축 연구 분야 비임상 개발 과제에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사는 약 2년간 비임상 단계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후보물질의 안전성·유효성 평가와 제형 최적화 등 임상 진입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유망 파이프라인을 가진 기업과 연구기관을 선별해 비임상부터 임상, 사업화까지 전주기를 지원하는 범부처 프로그램으로, 선정 시 공공 검증을 거친 파이프라인이라는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MP010은 종양미세환경에서 과발현되는 EDB FN에 선택적으로 결합하고, 동시에 종양미세환경의 핵심 조절자인 TGF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계열 내 최초 혁신 신약 후보물질이다. EDB FN은 암 조직 주변 혈관과 기질에서 주로 나타나는 변이 피브로넥틴 단백질로, 종양의 성장과 전이에 관여하는 표지자이자 약물 전달 표적이다. TGF 베타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억제하고 섬유화를 촉진해 종양 주변을 면역이 침투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드는 사이토카인이다. MP010은 이 두 표적을 동시에 겨냥함으로써 약물이 암 조직에 더 선택적으로 축적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면역 회피와 전이를 유도하는 신호를 차단하는 전략을 취한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TGF 억제제의 전신 독성과 한계를 줄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기존에는 TGF 베타를 전신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 주로 연구돼 정상 조직에서의 부작용 우려가 컸다. MP010은 종양미세환경에서만 과발현되는 EDB FN에 먼저 결합해 약물을 농축시키는 방식으로, 이론적으로는 종양 부위에서 TGF 신호를 더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설계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타깃팅 기반 TGF 조절 전략이 실제 임상에서 종양 내 면역세포 침투를 늘리고, 기존 면역관문억제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군의 반응률을 높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MP010은 면역항암 병용요법 시장을 겨냥한 후보로 분류된다. 종양미세환경을 바꾸는 약물은 단독요법보다 PD 1, PD L1 등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해 치료 반응을 끌어올리는 전략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암 종류에 따라서는 수술이나 방사선, 화학요법 이후 재발을 억제하는 보조요법으로도 활용 여지가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기존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 저항성이 생긴 경우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도 TGF 조절은 이미 치열한 개발 영역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TGF 수용체 저해제, 이중항체, 융합단백질 등 다양한 형태의 후보물질이 임상에 진입해 일부는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다만 독성 관리와 환자 선별 바이오마커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메드팩토의 MP010은 종양 특이적 EDB FN 결합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제시한 셈이다. 국내 기업이 이 같은 계열 내 최초 수준의 면역미세환경 타깃 약물을 국가 과제로 올렸다는 점에서 글로벌 파이프라인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규제 측면에서 메드팩토는 이번 과제 선정을 계기로 임상시험계획 IND 승인을 정조준하고 있다. 비임상 독성시험과 약동학, 제조 공정 검증 등 IND 제출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 패키지를 국가 지원으로 보강해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면역항암제는 작용 기전 특성상 면역 관련 이상반응과 장기 독성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하므로, 초기 임상 단계부터 규제 당국과의 긴밀한 소통이 요구된다. 향후 해외 임상이나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하려면 미국 FDA와 유럽 규제기관 기준에 맞춘 데이터 설계도 필요하다.
메드팩토는 과제 선정 효과를 임상과 사업개발 양 방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국가 과제 선정을 기반으로 내년 중 신속하게 임상에 진입하고, 조기 기술 수출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종양미세환경을 조절하는 약물을 자사 면역항암제 포트폴리오와 병용하는 전략을 선호하는 만큼, 초기 안전성과 약동학 데이터만 확보되면 기술 제휴나 공동 개발 논의가 활성화될 여지도 있다.
전문가들은 MP010과 같은 EDB FN 기반 표적 TGF 조절 약물이 실제 임상에서 유의미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한다면, 면역항암제 개발 패러다임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종양 자체를 직접 공격하기보다, 종양을 둘러싼 미세환경을 먼저 바꾸는 접근법이 차세대 표준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계는 메드팩토의 이번 후보물질이 공공 R D 지원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고 실제 상업화 단계에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