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 주의력 뺏는다”…프라이버시, 거버넌스 필요성 부각
AI가 인간의 시간과 주의력을 흡수하며 사회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7일 서울에서 열린 제47차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에서 미국 프린스턴대 그레이엄 버넷 교수는 AI 기술의 확산이 단순한 혁신을 넘어 인간의 집중력과 존엄성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산업계와 학계는 프라이버시를 지킨다는 것이 곧 개인의 존엄과 사회적 안전망을 지키는 기반임을 재확인하며, 기술의 급진적 발전 속도에 맞춘 새로운 규제와 거버넌스 체계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다.
버넷 교수는 AI가 바둑, 체스 등 인간 중심 영역을 넘어 이미 일상 속 주의력을 흡수하는 시스템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0세 아동이 하루 9시간 이상 화면에 몰입하는 현상은 단순한 기술 이용을 넘어, 인간의 시간과 주의력이 기업 이윤을 극대화하는 경제 모델로 조직화된 구조적 착취 형태임을 시사한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경제적 구조가 주체적 통제와 민주적 거버넌스 부재 상황에서 개인과 사회를 위협한다는 것이 버넷 교수의 진단이다.

이런 구조적 착취 상황은 산업혁명기 증기기관과 유사한 맥락을 가진다. 기술이 본질적으로 해악을 지닌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장시간 저임금 노동 등 노동자들의 권익이 침해됐던 공장제 시스템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변화는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집단적 연대와 사회적 규칙 수립을 통해 가능했다는 과거 경험을 상기시켰다.
GPA 총회에서 논의된 프라이버시의 의미는 정보 보호 차원을 넘어, 인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과 존엄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있다. 각국 대표들은 통제 일변도 규제보다 인간 중심의 '보호된 환경' 조성이 중요함을 공유했다. 버넷 교수는 "이런 공간 없이는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인간 발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AI와 데이터를 둘러싼 규제와 윤리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 AI 법안, 미국의 개인정보보호 프레임워크 등 주요국이 거버넌스 체제 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권리가 인간 존엄의 최후 방어선임을 강조하며, 균형 잡힌 규제와 가치 논의가 혁신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AI가 인류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지, 사회적 착취와 통제의 도구로 전락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가 균형을 이루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미래 산업 발전의 핵심 조건으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