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개입 의혹 전면 부인”…조희대 대법원장, 민주당 주장 정면 반박
정치권의 격렬한 공방 속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개입’ 의혹 제기에 정면으로 반발했다. ‘이재명 사건’ 처리과정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재점화된 가운데, 사법권 독립과 책임론이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제기한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는 국면에서 법원과 법조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7일 오후 대법원에서 자신을 둘러싼 최근 대선 관련 의혹에 대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처리와 관련해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며 입장문을 통해 강하게 반박했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를 통해 “최근 정치권 등에서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와 만나 이재명 사건을 논의했다는 취지의 의혹이 취재되고 있다”며 “그러나 관련 형사 사건에 대해 누구와도 논의한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직접 만남이 있었다는 민주당 주장과 관련해서도 조 대법원장은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해당 대화나 만남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거듭 밝혔다. 청사 퇴근길에 취재진이 추가 입장을 묻자 “수고하십니다”는 짧은 인사만 남기고 별다른 언급 없이 차량에 올랐다.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지난 4월 7일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측근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사건을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고 발언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이라면 사법부 수장의 독립성과 재판 공정성 훼손을 넘어 대선 개입 및 내란 옹호라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대표와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 역시 “사실이라면 즉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대법원장 사퇴 내지 탄핵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편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조 대법원장과 일면식도 없다”며 의혹 제보 자체를 부인했으며, 한덕수 전 총리 측도 “대법원장과 식사를 하거나 개인적 친분을 맺은 사실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행정처는 “밥은 드셨냐, 만난 것은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문제된 해당 기간엔 아예 본 일이 없고, 기념식 등 공식 행사에서 우연히 근처에 앉았을 수 있지만 그마저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최근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하는 등 판결과 중앙지법 내 내란 재판 지연 문제를 지적하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정청래 대표는 “ 정치적 편향성과 의혹 제기를 둘러싼 논란이 사법부 수장 적격성에 상처를 남겼다”며 사퇴 주장을 거듭했다. 서영교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헌법 위반은 탄핵 사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조계는 정면으로 반발하는 분위기다. 비영리 변호사단체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은 성명을 내 “여당 대표나 국회 상임위원장이 대법원장 퇴진을 직접 압박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을 명확히 침해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내부에서도 “의혹 제기만으로 대법원장이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편, 국회와 법조계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국 경색도 불가피해 보인다. 사법부 독립과 정치적 책임 논란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국회와 여론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