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줄이면 황반변성 시력저하 9% 감소”…경희대, 글로벌 질병부담 첫 정량화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력 저하의 전 세계적 부담을 낮추는 데 흡연 감소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경희대학교 연동건 교수 연구팀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 결과, 흡연율이 낮아질 경우 황반변성에 의한 시력 저하 환자를 약 9%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와 수명 연장으로 전 세계적인 시력저하 환자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흡연 관리가 새로운 예방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1990년부터 2021년까지 204개국의 글로벌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황반변성 질환에 따른 시력저하 환자 규모, 질병 부담 지표, 위험요인을 연도·연령·성별별로 세부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와 하버드의대, 게이츠재단 등 국제 370여 명의 전문가가 공동 참여해 분석의 신뢰도를 높였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규모의 빅데이터 기반 정밀 보건역학 연구로, 황반변성의 발병 양상과 건강 손실 부담을 최초로 정량화했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의 황반이 퇴행성 변화로 손상돼 발생하는 시력 저하 질환이다. 구체적으로 안구의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세포층이 손상되며, 완치가 어렵고 고령자에서 급증한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약 800만 명이 황반변성으로 시력 저하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 추세라면 2050년엔 이 수치가 약 210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연구팀은 황반변성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흡연이 차지하는 비중에 주목했다. 데이터 모델링 결과, 전 세계적으로 흡연율이 감소하면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력 저하 환자가 약 9%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산출됐다. 특히 흡연율이 높은 저소득 국가에서 이 예방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기존에는 황반변성 예방에 뚜렷한 방법이 없었지만, 이번 결과는 건강 행태 개선을 기반으로 한 공중보건 개입의 효과를 국제적으로 입증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글로벌 동향을 보면, 황반변성은 고소득 국가에서 주요한 시각장애 원인이지만, 저소득 국가에선 예방 교육과 흡연율 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연구팀은 “자원이 부족한 국가일수록 정책 개입을 통한 흡연율 감소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각국의 시력 보건 정책은 유전요인·노화 대책이 중심이지만, 이제 건강 행태 중 흡연 관리가 핵심 항목으로 떠오른 셈이다. 데이터 분석에 사용된 모든 프로토콜과 기준은 하버드의대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검증받았다.
연동건 경희대 교수는 “황반변성에 의한 시력 저하 부담을 세계적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흡연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인 예방 전략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공중보건 전략과 국제 보건협력에서 이를 새로운 근거로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성과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더 란셋 글로벌 헬스’ 7월호에 게재됐다.
산업계는 이번 성과가 빅데이터 기반 공중보건 접근법의 확장, 바이오헬스 서비스 기업의 사업 전략 변화까지 촉진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데이터, 정책 간 공조가 국제 보건혁신의 새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