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채금리, 중국 넘어설 수준까지 급등”…日 재정 우려에 중일 채권시장 격차 축소 전망
현지시각 기준 19일, 일본(Tokyo, Japan) 국채 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가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중국(China) 10년물과의 금리 격차가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적극 재정을 내세운 일본 정부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논의가 재정 부담 우려를 키우면서 중일 양국의 상반된 경기·금리 흐름을 부각시키고 있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19일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bp(0.02%포인트) 오른 1.77%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약 1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같은 날 10년 만기 중국 국채 금리는 1.81% 수준에 머물러, 양국 10년물 금리 차는 0.04%포인트까지 축소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금리 격차 축소가 중국 국채 금리의 급락보다는 일본 국채 금리의 가파른 상승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일본 국채 가격이 약세를 보이며 수익률이 빠르게 뛰어오르는 이른바 국채 매도장세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중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두 달 이상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진한 경제 지표와 주식시장 약세가 이어지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는 중국 국채로 자금을 옮기면서 장기물 금리 하락 압력이 계속된 영향이다.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와 내수 회복 능력에 대한 신뢰 약화도 중국 국채를 향한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일본에서는 ‘적극 재정’을 내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경기 부양과 가계 지원을 골자로 한 대형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면서 국채 시장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17조 엔(약 160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재정 악화와 국채 발행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되며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을 자극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일본 국채 매도와 금리 급등 흐름을 ‘다카이치 트레이드’로 부르고 있다.
쇼키 오모리 미즈호은행 수석 전략가는 “오늘 시장이 과민 반응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정부가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장기물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할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이 금리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스태픈 스프랫 소시에테 제네랄 금리 전략가도 “시장은 재정 위험에 대한 우려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며 “현재 논의되는 수준의 추경이 확정될 경우 일본은 국채 발행을 더욱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국채 금리 흐름이 일본과 중국의 상반된 경제 국면을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키 덴 SMBC 니코 시큐리티스 선임 금리 전략가는 “경제 펀더멘털을 기준으로 보면 일본 국채 금리에는 상승 압력이, 중국 국채 금리에는 하락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국채 금리가 중국 금리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진 만큼 앞으로 자금 흐름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움직임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일본과 중국 국채 금리의 엇갈린 흐름을 두고 중국이 과거 일본이 겪었던 구조적 스태그네이션, 즉 장기 침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는 반면 일본은 수십 년간 계속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과정이 국채 가격과 금리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수출 환경을 압박하는 미·중 무역 갈등과 내수 회복에 대한 회의론이 겹친 상황에서, 중국 국채에 대한 안전자산 수요는 장기물 금리 하락을 고착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일 10년물 금리 격차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좁혀지면서 글로벌 채권시장 내 자금 재배치와 아시아 자본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추가경정예산 규모와 국채 발행 계획, 중국의 경기 부양책과 무역 환경 변화가 향후 양국 금리 차와 투자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이번 추세가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