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민간인 사냥, 어린아이 표적에 고가 책정”…이탈리아, ‘사라예보 사파리’ 수사 파장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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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11일, 이탈리아(Italia) 밀라노 검찰이 1990년대 보스니아(Bosnia) 내전 당시 자행된 ‘사라예보 사파리’로 불리는 민간인 표적 사살 관광상품에 대해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사라예보(Sarajevo) 포위 당시 서방 부유층이 고가를 지불하고 민간인을 사격하는 ‘여행상품’을 구매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국제사회와 인권단체에 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관련 용의자는 이탈리아, 미국(USA), 영국(UK), 프랑스(France) 등 서방 국가 출신의 총기 애호가와 극우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세르비아(Serbia)계 군의 안내를 받아 사라예보 외곽 언덕에서 민간인 사격에 참가했으며, 살해 대상에 따라 가격이 책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어린아이를 겨냥하는 데 가장 높은 비용이 매겨졌고, 군복을 입은 성인 남녀와 노인이 그 뒤를 이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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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Milano) 검찰은 이같은 범죄 동기가 정치·종교적 신념이 아닌 ‘재미와 개인적 만족’에 있었다고 부연했다. 에지오 가바체니 작가는 “이들은 총기 애호와 사파리 사냥을 즐기는 집단”이라며 “악에 대한 무관심의 끝”이라고 규정했다.  

 

현지 수사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트리에스테(Trieste)에서 집결해 베오그라드(Belgrade)로 이동, 현지 조직적 인솔 및 유고슬라비아(Yugoslavia) 기업의 물류 지원 아래 사파리 참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세르비아 정보기관의 개입 정황도 포착돼 국제범죄 혐의가 더욱 무거워졌다.  

 

각국 인권단체는 즉각 유엔(UN) 및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극단적 비인간성과 전시(戰時) 범죄의 신종 양상”이라는 평가도 잇따른다. 주요 외신은 “전후 인류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범죄관광”이라고 조명했다.  

 

밀라노 검찰은 잔혹한 동기에 가중된 계획적 살인으로 기소를 검토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관련자 처벌 및 진상규명이 국제 인권·전쟁범죄 규범의 향후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제사회가 이번 수사의 전개와 처벌 수위를 주목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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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사라예보사파리#밀라노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