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휴전 합의에 국제유가 65달러 붕괴”…트럼프 발표, 금융시장 충격 완화→향후 불확실성 증폭
금융시장은 견고한 불안의 장막을 뚫고 다시 한 번 맑은 숨을 내쉬었다. 유가, 이 고요한 흐름의 중심에서 세계 경제의 맥박을 쥐고 흔드는 존재였으나, 중동 하늘을 감싼 전운은 잠시 걷혔고 고조됐던 환율과 유가는 마치 거센 파고 뒤의 정적처럼 빠르게 가라앉았다.
미국과 이란 사이를 가르는 검은 구름이 물러서자, 국제 유가는 중동 전쟁 위기 이전의 평온을 되찾았다. 2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보다 7.2% 내린 68.51달러로 거래를 마감했고, 24일 오전(한국시간)에는 다시 65.1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열흘 전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 수준과도 흡사하다. 불과 사흘 전 73.84달러였던 시장은, 단숨에 11.83%나 날카롭게 낮아졌다.

현실의 긴장선이 팽팽하게 당겨졌던 그 순간,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악몽까지 상상했다. 만약 세계 원유 수송의 30%가 스러지는 이 해협의 줄이 끊어진다면, 한때 배럴당 130달러도 상정됐다. 그러나 이란의 보복은 극도로 제한적으로 전개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담대한 휴전 합의 발표는 시장에 평온을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벽녘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이란 완전 휴전” 발표를 내놓으며 촉발된 완화의 분위기는, 런던 ICE 브렌트유 선물시장에도 짙게 드리웠다. 브렌트유 선물도 7.2% 하락한 71.48달러로 내려왔으며, 대부분의 산유국 주가도 전쟁 직전 흐름으로 돌아갔다.
변수로 남았던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완화, 이란의 예측 가능했던 군사행동, 미국의 갈등 중재는 지정학적 위험을 단숨에 누그러뜨렸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이란의 전략이 제어된 범위에 머물 것이라는 판단이 우세해졌으며, 원유 수급 우려 역시 빠르게 걷혔다.
영국계 은행 HSBC는 단기적 혼란 때 80달러 상회까지 점쳤으나, 해협이 닫히지 않는다면 예전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 진단했다. 이번 폭락은 냉정한 시장의 판단을 되새기게 한다. 휴전의 실질적 이행과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 시시각각 변화할 중동의 표정은 여전히 유가 변동성을 예고한다.
다만 전쟁의 불길이 옅어지면서, 석유경제는 다시 한 번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지역을 감도는 불확실성과 국제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잠재돼 있는 파동의 흔적을 놓치지 않고 있다. 유가의 안정을 지키려는 각국의 불안한 시도는, 앞으로도 중동의 한밤을 밝히는 작은 불빛과도 같은 의미를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