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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P2C19 유전자에 따라 치료 달라진다”…연세대, 뇌졸중 맞춤약물 처방 촉진
IT/바이오

“CYP2C19 유전자에 따라 치료 달라진다”…연세대, 뇌졸중 맞춤약물 처방 촉진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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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P2C19 유전자형 분석이 뇌졸중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경열·정요한 교수팀이 국내 환자 2925명 대상 전향 임상 연구에서, 대표적 항혈소판제 ‘클로피도그렐’의 효과가 CYP2C19 유전자 기능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수치로 입증했다. 뇌졸중은 재발률이 높아 예방 치료가 핵심인 질환으로, 이번 발표는 향후 유전자 기반 맞춤약 처방 인프라 확산의 분기점으로 꼽힌다.

 

연구팀 발표에 따르면, 조사 대상 환자 중 61.3%가 '기능 상실 대립유전자(LOF allele)'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능 상실 유전형이 있으면, 활성화 효소(CYP2C19)의 작용이 저하돼 클로피도그렐이 충분히 활성형 약물로 전환되지 못한다. 실제로 유전자형 분석 결과, 기능 상실 대립유전자가 있는 환자군에서 1년 내 심뇌혈관 합병증 발생률은 2.78%(1785명 중 49명)로, 비보유자 집단(1.6%, 1125명 중 18명)보다 57.5%나 더 높았다. 반면, 주요 출혈 및 전체 사망률은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기존 ‘일괄적 약물 처방 체계’가 가진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혈소판제의 예방 효과가 환자 별 유전자 차이로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실제 임상 데이터로 제시한 것이다. 이는 미국·유럽 등지에서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약물유전체학(pharmacogenomics) 기반 진료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연구진은 "기능 상실 유전자를 가진 뇌졸중 환자에서는 클로피도그렐의 예방 효과가 뚜렷이 저하되는 만큼, 다른 대체 약물 투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NIH, 유럽 EMA에서도 맞춤약 처방을 공식 가이드라인에 점진적으로 반영하는 추세다.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맞춤진료 확산을 위해서는, 의료 현장의 긴밀한 데이터 관리와 함께 국가적 차원의 보험·가이드라인 정비가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뇌졸중 환자 대부분이 고령·고위험군인 만큼, 일률적 약 처방이 아니라, 진료 초기에 유전자검사를 실시해 적합한 항혈소판제 선택이 현실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가 실제 현장 적용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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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뇌졸중#cyp2c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