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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0명 번호이동 돌파”…단통법 폐지 후 이통 3사 ‘가입자 유치전’ 촉발
산업

“90,000명 번호이동 돌파”…단통법 폐지 후 이통 3사 ‘가입자 유치전’ 촉발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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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 이후 이동통신업계가 가입자 쟁탈전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 간 번호이동 건수는 9만5,233건을 기록하면서, 폐지 첫날인 22일에는 3만5,131건으로 전날 대비 약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시장 자유화에 따른 소비자 이동성이 크게 확대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번호이동 흐름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SK텔레콤에서 KT와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건수가 4만661건에 달했고, 다른 통신사에서 SK텔레콤으로 이동한 가입자를 합산하면 SK텔레콤은 322명 순감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522명, 70명씩 순증하면서 점유율 확대의 초기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다만 알뜰폰 통계를 포함하면 SK텔레콤 역시 소폭 순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출처: 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

번호이동 증가에는 여러 배경이 작용했다. 우선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보조금, 기기변경, 요금제 선택 등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졌고,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프로모션 전략이 시장 전반의 경쟁 구도를 재조정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까지는 유심 해킹 이슈 등으로 SK텔레콤의 가입자 이탈이 주목받았다. 실제 지난 4월 해킹 사태 이후 SK텔레콤 순감현상이 뚜렷했지만, 최근 일평균 순증하는 날도 나타나며 이탈세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이동통신사들은 단통법 폐지 후에도 아직 보조금을 대폭 확대하는 출혈 경쟁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최근 이동통신 시장이 단순 단말 판매에서 벗어나 유·무선 결합상품, 콘텐츠, 서비스 번들 등으로 구조가 다변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을 늘리는 것이 타당한지 내부적으로도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보조금을 집중 투입해도 매출로 직결되기 힘든 구조로 바뀌었고, 결합상품으로 타사 고객을 장기적으로 흡수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역시 시장 경쟁 촉진 효과를 관망하면서, 관련 제도의 후속 정비 방향을 조율하고 있다. 알뜰폰 시장과의 공정 경쟁, 소비자 권익 보호 등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한 산업전문가는 “보조금 경쟁의 재개 여부, 결합상품 전략의 성패 등이 번호이동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라며 “가입자 선택권 확대가 이동통신 시장 전반에 거시적 구조 변화를 만들어낼지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국내 통신 시장의 경쟁 판도를 바꾸는 데 어떤 장기적 영향을 불러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책과 시장 전략의 균형 속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발굴될지 주목된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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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번호이동#단통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