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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뇨 51퍼센트 줄인 새 항체약물…오츠카, IgA신병증 치료 승부수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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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뇨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새로운 표적 치료제가 만성 신장질환 분야 판도를 바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계 글로벌 제약사 오츠카가 개발한 항 APRIL 단클론항체 보이잭트가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가속 승인을 받으면서다. 단백뇨 감소를 신부전 진행 지연의 대리 지표로 인정한 규제 당국의 판단은 신장질환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이번 결정을 항 APRIL 기전을 둘러싼 글로벌 신장질환 표적 치료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오츠카는 26일 현지 시간 기준으로 원발성 면역글로불린 A 신병증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보이잭트의 미국 식품의약국 가속 승인을 공식 발표했다. 적응증은 질병 진행 위험이 있는 성인 IgA 신병증 환자에서 단백질뇨 감소용 치료다. 보이잭트는 4주 간격으로 피하 투여하는 자가 주사형 약제로, 현재 진행 중인 3상 임상시험의 중간 분석 결과를 근거로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향후 확증 데이터를 전제로 한 조건부 허가 형태로 접근하고 있다.

IgA 신병증은 면역글로불린 A가 사구체에 침착해 염증과 손상을 일으키는 면역 매개 만성 신장질환이다. 주로 20대에서 40대 사이 성인에게서 발병하고, 장기 추적 시 상당수 환자가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레닌 안지오텐신계 차단제 같은 혈압 조절 약물과 생활습관 관리가 치료의 중심이었고, 일부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스테로이드가 사용돼 왔다. 단백뇨는 이런 환자에서 신장 기능 악화 속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수치 감소가 장기적인 신부전 위험과 밀접히 연결된 것으로 평가된다.

 

보이잭트의 가속 승인은 3상 임상시험에서 나온 9개월 차 중간 분석 결과가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보이잭트를 투여한 군에서 단백뇨가 기저치 대비 51퍼센트 감소하는 유의한 효과가 관찰됐다. 신장질환 임상에서 단백뇨 30퍼센트 감소만으로도 장기 예후 개선을 기대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 감소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보고된 이상반응은 주로 감염과 주사 부위 반응으로, 기존 면역조절제 대비 안전성 프로파일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보이잭트의 기술적 핵심은 APRIL로 불리는 증식 유도 리간드를 정밀 차단하는 점이다. APRIL은 B세포 생존과 분화에 관여해 IgA 항체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호 단백질이다. 보이잭트는 APRIL에 결합해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혈중 갈락토스 결핍 IgA1 농도를 떨어뜨린다. 갈락토스 결핍 IgA1은 비정상 구조를 가진 IgA로, IgA 신병증의 발병 기전에서 사구체 침착을 유도하는 핵심 인자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보이잭트는 질환의 말단 결과인 염증이나 혈압이 아니라, 발병 기전의 상류에서 병리 과정을 차단하는 첫 항 APRIL 기반 요법이라는 점에서 기존 약물과 차별된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신장질환 치료제가 주로 혈압 조절이나 염증 억제에 초점을 맞춰 간접적으로 질환 진행을 늦추는 데 그쳤던 한계를 넘어서려는 접근이다. 갈락토스 결핍 IgA1을 직접 줄이는 전략은 질환 근본 원인을 향한 표적 치료로, 정밀의학 관점에서 새로운 카테고리 형성을 예고한다. 4주마다 한 번 피하 자가 주사로 투여 가능한 제형 구조도 만성질환 특성상 복약 순응도를 좌우하는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IgA 신병증은 희귀질환에 속하지만, 조기 진단이 늘고 효율적 치료가 마땅치 않았던 만큼 미충족 수요가 상당하다. 특히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는 환자는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해 의료비 부담이 매우 크다. 단백뇨를 의미 있게 낮출 수 있는 표적 치료제가 등장하면 장기적으로 투석과 이식 수요를 줄여 의료 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합병증 위험과 삶의 질 저하를 늦출 선택지가 늘어나는 셈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은 이미 항 APRIL 기전을 중심으로 신장질환 표적 치료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계열 기업들이 B세포 신호를 조절하는 다양한 항체 및 융합 단백질 파이프라인을 IgA 신병증과 루푸스 신염 등으로 확장 중이다. 여기에 오츠카 보이잭트가 미국 식품의약국 가속 승인을 선점하면서, 후발주자와의 개발 및 상업화 시점 격차가 경쟁 구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빠르게 허들을 넘은 약물이 향후 아시아와 다른 지역 규제 당국 승인에도 레퍼런스로 활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규제 관점에서는 대리 지표에 기반한 가속 승인 구조가 다시 한번 부각됐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단백뇨 감소를 신부전 진행 위험을 예측하는 합리적 대리 지표로 인정해 시장 접근 속도를 높였다. 다만 완전 승인은 24개월 기준 추정 사구체여과율 감소 데이터를 포함한 3상 확증 시험 결과에 달려 있다. 추정 사구체여과율은 실제 신장 기능을 직접 반영하는 지표로, 장기간 추적을 통해 신부전 진행 속도에 대한 약물 효과를 최종 검증해야 한다. 오츠카는 이 데이터를 내년 초 발표할 계획으로, 결과에 따라 허가 유지와 추가 적응증 확장이 결정될 전망이다.

 

존 크라우스 오츠카 최고의학책임자 겸 부사장은 보이잭트가 복잡한 IgA 신병증 관리에 새로운 표적 접근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작용 기전과 효능, 안전성, 4주 간격 투여라는 편의성이 어우러져 환자에게 다른 선택지를 제시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eGFR 확증 데이터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항 APRIL 기전이 신장질환 영역의 표준 치료 축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장기 안전성과 비용 효과성, 다른 면역조절제와의 병용 전략을 둘러싼 후속 논의가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장질환 치료제 시장은 최근 차세대 당뇨병 치료제와 심혈관 약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지만, 표적 치료제와 바이오마커 기반 정밀의학 도입으로 성장 궤도가 바뀌는 중이다. 항 APRIL 계열 약물이 단백뇨와 추정 사구체여과율 모두에서 일관된 효과를 입증한다면, 투석과 이식 중심이었던 말기 치료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산업계는 보이잭트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채택되고, 후속 데이터가 허가와 급여로 어떻게 연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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