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APEC 참석 가능성 높다”…위성락 “김정은 초청은 신중히 접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 여부를 둘러싼 외교적 셈법이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31일, 자신의 발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참석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는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에 대해선 신중론을 제기했다.
이날 위성락 실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을 전제로 많은 얘기를 했기 때문에 오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확답은 아니지만 참석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해서도 “대중 특사단이 중국 측과 여러 대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의 참석을 전제로 논의가 활발했다”며 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할 개연성을 언급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과 관련, 진행자가 정부의 초청 의사 및 소통 채널에 대해 묻자 위 실장은 “그런 창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김 위원장을 APEC에 초청할 계획이나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 참석과 관련해서는) 기대치를 너무 부풀리거나 가능성을 띄우는 발언은 지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참석 후 판문점 등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위 실장은 “북한이 응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상대적으로 북한은 지금까지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기대를 갖는 것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그는 “비핵화 대화는 누가 주도하냐가 핵심이 아니며, 북한은 미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대립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국면에서는 미국의 역할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진행된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위 실장은 “(100점 만점에) 85점은 된다”고 총평했다. 비공개 회동에서는 한미 두 정상이 테러 시도를 언급하며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등 신뢰가 강화됐다고도 전했다. 원자력협정 문제 등 주요 의제에 대해선 “정상 간에 거론됐고, 대체로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며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해석했다.
정상회담 이후 공동합의문 등 공식 문서가 도출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미국 측이 (한국의 대미 투자 등) 세부사항이 담긴 문건 작성을 원했지만, 연동된 의제들이 많아 추가 논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부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한국 측이 심각히 검토하거나 대응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발언에 포함된 ‘숙청’, ‘혁명’ 등 용어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시각을 입력한 이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 내에서도 작업한 사람이 있는지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대북 정책과 한중·한미 외교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분수령으로 삼아, 외교적 영향력 확대 및 한반도 정세 안정화 전략을 지속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