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티푸스백신 국제학술지 등재”…유바이오로직스, WHO PQ 심사로 수출 전기
장티푸스 백신의 새로운 수출 돌파구가 열리고 있다. 국내 백신기업 유바이오로직스가 개발한 장티푸스 접합백신 ‘유티프씨주’의 다국가 임상 결과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란셋 글로벌헬스’ 12월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세네갈과 케냐에서 6개월부터 45세까지 총 3219명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WHO 사전적격성평가(PQ) 백신인 ‘Typbar-TCV’와 비교해 면역학적 비열등성을 확인했다. 업계는 이번 발표가 국내 백신산업의 글로벌 조달시장 진입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티프씨주는 자체 개발한 운반단백질(CRM197) 기반 장티푸스 접합백신이다. 임상 3상 자료에 따르면 9~12개월 영아 기준, 접종 28일 후 항-Vi 항체의 4배 이상 증가 비율이 99.6~100%로 집계돼 WHO PQ 백신보다 동등하거나 우수했다. 또 연구 대상자 전체에서 안전성 신호가 관찰되지 않아, 기존 제품과 비교해 면역반응과 안전성 모두 입증했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국제보건기관 PATH와 라이트재단의 협업·지원 아래 이뤄짐으로써 국제적 신뢰도를 높였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식약처로부터 유티프씨주의 수출용 품목허가를 획득한 데 이어, 지난 5월 WHO PQ를 신청하고 심사 절차에 있다. WHO PQ는 백신의 품질과 안전성을 인증하는 국제 평가 제도다. 일종의 국제표준 심사를 거치면, 유니세프(UNICEF) 등 글로벌 조달 시장에 진입할 길이 열리게 된다. 시장에선 WHO PQ 승인 시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티푸스 감염증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700만 건 이상 발생하며, 주로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등 저개발국에서 만연하다. 최근 이 지역을 중심으로 백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WHO PQ를 획득한 극히 일부 백신 기업만이 글로벌 조달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국산 백신의 진출은 시장 다양성과 공급 위험 분산 차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백신업계에선 인도, 중국, 유럽 기업이 장티푸스 백신 분야를 선도해왔다. 특히 인도의 Bharat Biotech 등이 WHO PQ를 획득해 아프리카·남아시아에 대량 공급 중이다. 이에 따라 유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이 국제학술지 게재와 임상 데이터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행 규제상 WHO PQ 획득은 필수 절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출용 품목허가, 국제 다기관 임상, 면역학적 비열등성 입증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최근 백신 보급 과정에서 데이터 투명성, 임상 모집단 다양성 등이 국제 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국산 CRM197 기반 백신이 국제 학술 논문으로 가시적 결과를 내며 WHO PQ 심사에 임한다는 것은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글로벌 공급망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