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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공주 골목마다 스며든 인생의 노래”…나태주 시인 눈물 어린 위로→가을밤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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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공주 골목마다 스며든 인생의 노래”…나태주 시인 눈물 어린 위로→가을밤 궁금증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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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발을 내딛을 때마다 길 위에 스며 있는 인생의 흔적은 더욱 선명해졌다. ‘동네 한 바퀴’는 이번 337번째 여행지로 충남 공주 원도심을 고요히 밟으며, 오래된 시간과 청년의 열정, 잊히지 않는 위로가 어우러진 계절의 품을 들여다보였다. 하늘거리는 가을바람을 타고 걷는 유택희와 김자경 노부부의 모습에서는 오롯이 함께해온 삶의 무게와 단단한 동행의 미소가 전해졌다. 두 사람이 정성껏 만든 알밤육회비빔밥 한 그릇에는 수십 년을 이겨온 부부애와 고단함이 밴 시간의 결이 담겼다. 

 

혼자 서 있기 벅찼던 순간이 차곡차곡 쌓여 오늘의 빛이 돼준다는 듯, 부부는 정육점에서 식당까지 꾸려온 세월을 “함께여서 행복하다”는 말로 깊이 있게 증명했다. 바삐 흘러가는 도시의 시간과 달리, 젊은 귀농 청년 김현웅의 하루는 흙내음 속에서 다시 타올랐다. 인공지능으로 바뀐 세상 흐름에 맞서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비닐하우스 속 초록 멜론을 손질하며 아버지와의 잔잔한 동행을 이어갔다. 빠른 매출보다 슬로우 라이프의 보람에 무게를 둔 모습, 두 세대가 부딪히며 웃음으로 녹여나간 하루는 돌아갈 수 없는 도시와 새로운 시골의 윤슬이 교차하는 풍경을 만들어냈다.

가을 공주 걷는 길마다 삶의 노래…‘동네 한 바퀴’ 충청나들이→조용한 위로 전하다
가을 공주 걷는 길마다 삶의 노래…‘동네 한 바퀴’ 충청나들이→조용한 위로 전하다

산성시장에 이르면 85년의 역사가 바람처럼 숨어 있다. 광장에 같이 모여 ‘미소고마’ 캠페인을 펼치는 상인들, 서로 등을 두드리며 피우는 노래와 춤은 오래된 전통 속에서도 젊은 인심과 따뜻한 정을 피워냈다. 오후마다 울려 퍼지는 인심의 온기, 라디오를 타고 흐르는 사연, 구수한 시장말 한마디에 삶의 힘이 담겼다.

 

솔내음 가득한 마곡사 숲길을 따라가면, 해탈문과 대광보전, 그리고 백범 김구 선생의 이야기가 서려 있는 백범당까지, 유네스코의 긴 세월과 속 깊은 치유의 정취가 이어진다. 바람과 흙, 고목나무가 속삭이는 고즈넉한 길 위에서, 삶의 이력은 조용히 위로가 된다.

 

누비 장인 이귀숙의 손에서 완성된 27첩 밥상은 자연 속 인내와 예술이 밥 한 끼에 스며들었다는 것을 말없이 전한다. 유방암을 이겨낸 손끝에는 들꽃처럼 견디는 생의 기운, 그리고 희망의 색감이 묻어났다. 

 

여정의 끝, 제민천 물길을 따라 라디오에 실은 목소리처럼 묵직하게 시인이 걷는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공주는 날마다 돌아가 안기고 싶을 마음의 땅”이라는 조용한 고백은 계절이 바뀌는 길목마다 시청자의 마음에 긴 파동을 남겼다.

 

50년 세월의 깊이가 녹아든 노부부의 밥상,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청년의 분투, 살아있는 시장의 웃음, 손바느질 장인의 고집스런 손길, 그리고 시로 완성되는 가을의 풍경은 ‘동네 한 바퀴’에서 한 폭의 삶으로 그려진다. 각기 다른 사연이 하나의 가을빛으로 어우러지는 충청남도 공주시의 길 위 이야기는 9월 20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337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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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공주#나태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