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는 덥고, 실내는 시원하다”…여름 여행지도 ‘온도 조화’가 대세
요즘은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여행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무더운 날씨에 ‘외출=모험’이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실내 전시와 야외 자연을 엮은 한가로운 여행이 여름의 일상이 됐다.
전국적으로 온도가 치솟는 날, SNS에는 박물관 인증샷과 정원 산책 사진이 번갈아 올라온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요하게 전시를 둘러보거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물의 시원함에 기대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오후 무렵이면, 일월수목원·평택 트리비움 같은 정원형 공간으로 이동해 한적한 자연 속에서 여름 해를 느끼는 식이다. “광장만 나가도 땀이 흘러요. 그래서 오전엔 실내에서 전시를 즐기고, 해 질 무렵엔 트리비움처럼 시원한 정원에 나가요.” 직장인 박지현 씨는 여름을 ‘작은 온도 여행’으로 보낸다고 고백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올여름 테르메덴, 웨이브파크 등 물놀이 테마파크 방문객이 예년보다 23% 증가했다. 반면, 한낮 외부 관광지는 주로 오전과 저녁으로 방문이 분산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계절에 적응하는 라이프스타일’이라 정의했다. 기상청 조원철 기상전문위원은 “올해는 일 최고기온이 35도 안팎이면서 습도까지 높아진다”며, “실내외를 균형 있게 활용하는 것이 신체·정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무더위엔 실내가 최고”, “전엔 덥다고 집에만 있었는데 요즘은 수목원이나 실내문화공간 찾아요” 식의 체험담이 이어진다. 실제로 기자가 성남 새소리 물소리에서 만난 가족들은 “아이들도 덥다고 투덜대지만 실내외를 번갈아 다니면 오히려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여행지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선 ‘자외선 지수와 실내외 이동 동선’을 조언하는 글이 꾸준히 인기다.
계절에 따라 여행 방식도 달라진다. 과거엔 ‘여름=바다·풀장’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박물관 체험과 정원 산책, 계절 축제와 실내문화가 하나로 엮인 풍부한 여름을 누린다. 작은 이동과 조화 속에 계절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진 셈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