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사이 걷는 고인돌길”…화순,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가을 산책
요즘 소박한 자연 속을 걷고 싶어 화순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그저 작은 읍내로 여겨졌던 이곳이, 지금은 누구든 천천히 머물 수 있는 산책의 고장이 됐다. 구름 낀 하늘 아래로 펼쳐진 너른 초원과 고즈넉한 유적들이, 가을의 초입에서 특별한 하루를 선사한다.
화순의 이른 가을은 특별하다. 27도를 오가는 포근한 바람에 강수 확률은 낮고, 들판과 산골 사이를 걷기에 딱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 SNS에서는 아이와 함께 무등산양떼목장을 다녀온 인증 사진이 줄을 잇는다. 수만리의 목장에서는 200여 마리의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풍경이 펼쳐진다. 울타리 안에서 아기양에게 건초를 건네는 아이들의 밝은 웃음, 초식동물들과 교감하는 모습이 소중하다.

무등산양떼목장 입구의 ‘카페 쁘띠스위스’는 여행자들의 쉼터가 된다. 알파카, 타조, 미니말, 당나귀 등 다양한 동물까지 만날 수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실제 방문객들은 “아이가 동물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한참을 놀았다”, “풍경에 젖어 잠시 고민을 내려놓았다”고 감상을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화순 일대 자연과 역사 테마 여행지 방문객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특히 고인돌유적이나 사찰처럼, 자연과 인문이 어우러진 장소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다.
세계유산 화순고인돌유적에서 만나는 넓은 들판과 거대한 돌무덤은 사뭇 경건하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평소엔 무심코 지나친 선사시대 조상들의 흔적이 오늘의 우리와 나란히 걷는 듯한 묘한 감정을 남긴다. 가족 동반 관람객 중 한 명은 “아이에게 설명해 주다 보니, 나 역시 이 돌들에 담긴 이야기에 새삼 더 마음이 갔다”고 고백했다.
사평면 유마사에 오르면, 계곡과 조용한 산사, 전설이 깃든 보안교가 숨은 명소처럼 다가온다. 복원된 대웅전과 고요한 경내, 소박하게 남은 유물들은 역사와 사색을 동시에 선물한다. 지역의 문화를 깊이 있는 산책으로 만나는 일상은, 매일 조금씩 달라진 삶의 온도를 느끼게 한다.
지역 문화해설사 최영선 씨는 “화순의 매력은 화려함보다 자연스러운 곳에 있다. 오래된 돌과 맑은 바람, 한적한 풍경이 여행자에게 자기만의 속도로 걷는 시간을 선물한다”고 전했다. 여러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화순은 아이와 함께 지치지 않게 머물러도 좋은 곳”, “가면 마음까지 차분해진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이렇듯 특별하지 않은 듯 특별한 화순의 하루, 누군가는 양떼 사이로 뛰놀고, 누군가는 유적 앞에서 서성인다. 산사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을 따라 걷는 동안, 어쩌면 우리는 오래된 이야기에 기대어 새로운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