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위한 지속적 노력”…박윤주, EAS외교장관회의서 대북 메시지 촉구
한반도 정세와 국제외교 무대가 다시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이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15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한반도 평화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연대와 정부의 노력을 적극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의 외교장관들이 집결한 가운데 이뤄졌다.
박 차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북핵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회원국들의 단결된 대북 메시지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이 자리에서 여러 참석자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행보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고, 북한의 비핵화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준수 및 조속한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한반도 문제 외에도 남중국해, 미얀마, 중동, 우크라이나 등 아시아 및 국제정세가 폭넓게 논의됐다. 박 차관은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되고 유엔 해양법 협약 등 국제 규범에 기반한 해양질서가 준수돼야 한다”고 밝히면서 남중국해 분쟁 현안에도 명확한 입장을 내놨다. 또한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인도적 지원 등 아세안의 역할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설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EAS 회의장에 러시아, 미국 등 주요국 외교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데 의미를 두는 분석이 이어졌다. 실제로 공개된 회의 장면에서 박윤주 차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같은 줄에 앉았으나 별다른 접촉은 없었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양측을 차례로 만나 대화를 주고받았다.
한편 이날 EAS 외교장관회의 직후 진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북한 대표단이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ARF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참여해 왔던 유일한 역내 다자안보 협의체로, 2000년 가입 이래 외교장관 회의 불참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장에는 북한 국기가 놓였으나, 실제 북한 대표단의 좌석은 비어 있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의 이 같은 불참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를 촉진하는 국제사회 요구에 대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안정 기반 마련을 위해 주요국과의 외교 협력을 지속 강화할 계획이다. ARF를 비롯한 다자외교 무대에서 북한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며, 국제사회 공조를 주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