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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재 해외 유출 심화”…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흔든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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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과학기술 분야 핵심 인재의 해외 유출과 타 직군 전환 현상이 심화되며 두뇌 엑소더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술 패권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의 고급 과학인력 상당수가 의료 등 타 분야로 옮겨가거나 해외로 빠져나가 국가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5년간 정부 과학장학금 수혜자 중 316명이 중도에 의학계열 등 비이공계로 진로를 바꿨고, 이 과정에서 환수 대상이 되는 사례도 늘어나는 양상이다. 특히 2020년 29명에서 2023년 73명, 2024년 7월까지 58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AI와 반도체 분야의 경우, 인재 유출 및 중도탈락 문제가 단순한 개별사례를 넘어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2023년부터 KAIST, GIST, DGIST, UNIST 등 4개 과학기술원이 운영 중인 반도체 계약학과는 입학생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도탈락률이 높아 KAIST 10.8%, UNIST 9.8%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조기 현장 투입을 목표로 하는 계약학과 제도 자체의 지속가능성 논란도 제기된다.

AI 분야 글로벌 경쟁력에서도 한국은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5’ 조사 결과, 2024년 기준 국내 AI 인재의 순유출입 규모는 인구 1만 명당 –0.3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에 머물렀다. 2022년 이후 3년 연속 마이너스 기록으로, 선진국 중심의 AI 인재 블랙홀 현상과 국내 외부 유출 트렌드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핵심 특화 인재의 유출이 기업 및 국가 차원의 연구역량 저하로 직결된다”며 “글로벌 대비 경쟁력 있는 인재 보상·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평가한다.

 

국내 정책 측면에서는 인재 양성의 양적 확대만으로는 두뇌 엑소더스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학금 환수제도, 진로 전환 학생 관리, 계약학과 현장연계 강화 등 인재 잔류 인센티브와 유입 촉진 방안이 병행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첨단산업 성장의 관건이 되는 고급 인재의 유출은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운 문제로, 정부와 산업계의 실효성 있는 대응 전략이 촉구되고 있다.

 

산업계는 AI·반도체 등 미래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인재 순환·유입의 선순환 구조가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실질적인 지원 제도와 정책적 로드맵을 통합적으로 설계해, 현장과 연구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유인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기술과 인재가 동시에 글로벌 경쟁의 대상이 된 지금, 전략적 인재 정책의 실행이 국가 경쟁력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문제 해결이 실제 시장체계 안정화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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