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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관세 인하 이후 과제”…김정관, K-모빌리티 경쟁력→근본 재정비 주문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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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율 관세가 한 단계 낮아지는 국면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마주한 질문은 단기 안도의 숨이 아니라 장기 체질 개선으로 향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7일 경기도 수원 고색산업단지의 전장 부품 기업 엠넥스를 찾아 자동차·부품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대미 관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근본 경쟁력 강화 없이는 새로운 통상 환경과 탄소 규범을 헤쳐 나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부상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인공지능 모빌리티 전환 압력이 한데 겹친 가운데, 정부와 업계가 함께 구조와 기술, 공급망을 다시 짜야 할 시점이라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이날 간담회가 열린 엠넥스는 미국과 유럽, 인도 등 국내외 10개 이상 완성차 브랜드에 전장 부품을 공급하는 중견 기업으로 전체 수출의 70퍼센트 이상을 미국 시장에 의존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부터 이어진 25퍼센트 고관세 부과는 곧장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고, 환율 변동과 맞물리며 수익성 압박을 가중시켰다. 전날 국회에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되면서, 한미 간 양해각서에 규정된 대로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적용되던 25퍼센트 품목 관세는 11월 1일을 기준 시점으로 15퍼센트로 낮아지고, 거래에는 소급 적용될 여건이 조성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조치로 대미 수출 기업이 겪어온 통상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된다고 평가하면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제하에서 누려왔던 완전 무관세가 15퍼센트 관세 체제로 전환되는 구조 변화 자체가 새로운 비용 요인으로 남는다고 분석했다.  

“대미 관세 인하 이후 과제”…김정관, K-모빌리티 경쟁력→근본 재정비 주문
“대미 관세 인하 이후 과제”…김정관, K-모빌리티 경쟁력→근본 재정비 주문

정부 안팎에서는 관세 인하가 수출 타격 속도를 늦추는 효과는 있으나, 전기차와 배터리,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패러다임 전환 국면에서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김 장관이 강조한 근본 경쟁력은 탄소 규범과 기술 혁신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인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에서 제시된 감축 경로는 완성차 기업뿐 아니라 수천 개 부품 기업의 공정·소재·물류 전반을 재설계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의 환경·안보 연계 통상정책은 공급망 재편 압력을 수출기업에 직접 전가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중국 자동차 산업은 배터리 내재화와 대규모 내수 기반을 바탕으로 전기차 수출 공세를 강화하며, 가격과 성능 모두에서 글로벌 표준의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부품 기업이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강점을 유지하는 동시에 전동화·전장화와 인공지능 기반 모빌리티로 빠르게 이동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택성 이사장과 한국자동차연구원 진종욱 원장은 대미 15퍼센트 관세가 중장기적으로 부품 단가와 현지 완성차 조달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부가 전장 부품과 소프트웨어, 친환경차 핵심 부품 중심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NDC를 반영한 생산 공정의 탈탄소화, 인공지능을 활용한 설계·품질 관리, 모빌리티 서비스와 연계된 신사업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공유됐다. 업계는 중소·중견 부품사의 경우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제한적이어서, 정부 차원의 기술개발 지원과 규제 합리화, 시험·인증 인프라 공동 활용 체계가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전환이 가능하다고 건의했다.  

 

김정관 장관은 지난 14일 발표한 K-모빌리티 글로벌 선도전략을 자동차·부품 산업 재편의 기준점으로 삼겠다고 재차 언급했다. 전략에는 모빌리티 마더팩토리 구축을 통해 국내 생산 거점을 기술·공정 혁신의 시험장으로 삼고, 이를 해외 생산 기지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구상이 담겨 있다. 또한 인공지능 생태계 고도화를 통해 차량용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알고리즘,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산업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병행된다. 김 장관은 관세 체제 변화와 탄소 규범, 중국의 공세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시기에 정부가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 공급망 안정을 동시에 지원하는 정책 조합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대미 관세 인하를 계기로 통상 환경의 파고를 견뎌낼 수 있는 자동차 산업의 근본 경쟁력을 확립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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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산업통상자원부#엠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