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값 하루새 0.5 하락에도 국내 시세는 상승…연준 완화 기대에 환율·프리미엄 요인 겹쳐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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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금값이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제 금값은 27일 전일 대비 0.5 하락하며 다시 조정 국면에 들어갔지만, 국내 실물 금 시세는 되레 상승해 투자자 혼선을 키우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 속에서 환율과 안전자산 선호, 국내 수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하며 향후 정책 방향과 환율 흐름이 금값 향배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27일 국내 금 1돈 시세는 741,038원으로 집계됐다. 전일보다 3,413원 0.5 오른 수준으로, 같은 날 국제 금시세 국내기준가 737,958원과 비교하면 프리미엄이 3,000∼4,000원가량 벌어진 상태다. 국제 가격이 소폭 밀리는 가운데 국내 현물 가격은 오르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며 양자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

[분석] 연준 완화 기대 속 금값 오락가락…환율·국제 시세 괴리 확대(금값시세)
[분석] 연준 완화 기대 속 금값 오락가락…환율·국제 시세 괴리 확대(금값시세)

환율 흐름도 금시장에 미묘한 영향을 주고 있다. 27일 09시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68원으로 전일 대비 2.5원 하락했다. 겉으로는 원화 강세 방향이지만, 간밤 역외시장에서 환율이 한때 1,476원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달러 롱 심리는 여전히 강한 모습이다. 통상 달러 강세는 금값에 부담 요인이지만, 최근에는 연준의 완화 전환 기대가 이를 상쇄하며 금값 하단을 떠받치는 모양새다.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연준이 비둘기파로 선회할 것이라는 기대가 강화되며 국제 금값은 장중 한때 온스당 4,173달러를 돌파해 2주 내 최고치를 새로 썼다. 경제지표 둔화와 금리 인하 기대가 겹치며 달러 약세가 진행됐고, 트레이딩 이코노믹스는 달러 약세가 금 보유의 기회비용을 낮춰 상승 탄력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가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하면서 안전자산인 금으로의 쏠림을 줄여 상승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준 정책 기대는 금 시장의 핵심 테마로 다시 부상했다. 연준 의장 후보로 케빈 해셋이 부각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CME 페드워치 기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85 안팎까지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금과 같은 무이자 자산의 매력이 커진다고 해석한다. 실제로 이러한 기대는 달러 인덱스를 99선 중반으로 밀어내면서 금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금값 흐름은 상대적으로 견조하다. 최근 일주일 평균 값 대비 1.3, 최근 30일 평균 대비 1.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1월 19일 1돈당 728,813원에서 27일 741,038원까지 이어진 완만한 우상향은 국제 금값 반등과 원화 약세의 누적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매수 우위 수급과 안전자산 선호, 실물 수요가 결합되면서 국제 가격 대비 프리미엄을 3,000∼4,000원 수준으로 유지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다른 위험자산 시장의 분위기는 금과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뉴욕증시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순환 매수세가 유입되며 강세로 마감했다. 이러한 위험자산 강세 흐름은 단기적으로 금의 추가 상승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가 다시 시장 중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금은 중기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지지력을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외 금 시세 괴리 확대와 환율 변동성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제 시세와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국내 투자자는 실물 매매 시 체감 가격 변동폭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환율 변화에 따라 국내 기준가 산정이 민감하게 움직이는 구조여서 단기 급등락에 노출될 소지도 크다.

 

향후 금값 향방을 가를 변수로는 미국의 고용 및 물가지표,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 달러 인덱스 흐름이 꼽힌다. 여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스탠스 변화, 러시아·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여부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금 투자자들은 국내 시세 프리미엄 수준과 환율 움직임을 함께 점검하며 실물과 금융상품 간 비중 조정을 보다 세밀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당국의 통화정책과 글로벌 지정학 환경 변화에 따라 금값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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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시세#연준#원달러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