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소나무 사이”…양양에서 만나는 휴식과 시간 여행
양양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잠시 머무는 곳쯤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동해의 자연과 역사를 만나는 특별한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사소한 여정에도, 계절의 변화와 삶의 여유가 담긴다.
요즘 SNS에선 양양의 푸른 바닷길, 고즈넉한 사찰 풍경, 그리고 선사시대 유적지를 배경으로 한 여행 인증 사진이 끊이지 않는다. 바다를 품은 휴휴암은 한때 바닷속 관음보살상이 발견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잠시 쉬어가기’에 딱 맞는 장소로 떠올랐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파도 소리와 푸른 수평선을 바라보며 “말없이 머물러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변화는 관광 통계에서도 보인다. 양양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단순 해수욕장 방문객 비율이 줄고,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 등 체험형·역사적 명소를 찾는 여행객이 늘었다. 도시에선 쉽게 만날 수 없는 자연 풍경과,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교육적 체험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해설이 뒤따른다.
여행 큐레이터 조하영 씨는 “양양 여정의 본질은 느림과 발견의 기쁨에 있다”고 분석한다. 쉬엄쉬엄 해안선 따라 산책하다 보면, 바닷바람에 실린 묵직한 평온이 스며든다.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에서 선사시대 사람들의 집과 도구를 보고 나면, “우리 일상도 어딘가 연결돼 있다”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아이들과 유적지에 들렀다가 하조대에서 해돋이를 본 뒤, 한가로이 해변을 거니는 시간만으로도 큰 여유가 생겼다”는 한 가족 여행자의 체험담처럼, 여행의 목적이 변화했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혼자이든, 함께이든 누구나 조용하거나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양양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평가도 많다.
양양에서의 시간은 단지 풍경 구경에 머물지 않는다. 오랜 역사를 품은 땅 위, 바다와 숲과 고요한 걸음이 한데 어우러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