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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예고생 3명 마지막 선택”…강사와 갈등 의혹 속 구조적 원인 쟁점→교육청·경찰 진상 규명 주목
사회

“부산 예고생 3명 마지막 선택”…강사와 갈등 의혹 속 구조적 원인 쟁점→교육청·경찰 진상 규명 주목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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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예술고등학교에서 여고생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지역사회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 비극 앞에서 남겨진 질문은 학생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그리고 무엇이 그들을 그 벼랑 끝으로 몰았는가에 모아진다. 첫 단추는 학교 내 무용 전공 강사와 학생들 사이에 반복적으로 불거진 마찰에서 시작됐다.

 

학부모회는 6월 24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의 극단적 선택을 단순 학업 스트레스로 볼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1월 강사 대부분이 교체됐고, 새 학기 무렵 신임 실기 강사와 2학년 학생 사이에서 반복적 갈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숨진 학생 모두 실기 성적이 상위권이었으며,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의 증상도 특별히 없었다고 한 무용학원 원장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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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학생들의 일상은 새 강사에 적응하지 못한 문제와 학교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이 뒤섞여 복잡해졌다. 방과 후 수업을 듣지 않겠다며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는 이미 새 학기 시작 한두 달 뒤부터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학부모들은 학교 재단의 경영권 분쟁과 교장 인사권 간섭, 교사 채용 문제 등 오랜 구조적 난맥이 이번 사고의 배경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달 4일, 학부모회는 경찰에 해당 강사에 대한 수사를 정식 의뢰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생들의 사망 뒤에야 강사의 수업 참여를 중단시켰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학교는 오랜 기간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돼 왔으며, 매번 반복되는 송사와 법인 간 갈등에는 학생과 교사가 방치돼 있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현재 부산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운영·인사 구조 전반을 들여다보며 숨진 학생들의 죽음에 이르게 한 근본적 요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도 학생들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해 마지막 메시지 삭제 경위를 조사하며, 사망의 직접적 원인과 정황을 밝히기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여론은 ‘개인적 선택’이라는 한 줄의 마침표로 사건을 끝낼 수 없는 구조적 책임과 학교·지역사회가 얽혀 있는 시스템의 허점을 다시 묻고 있다. 부산교육청과 경찰 당국의 진상 규명이 그 어둡고 깊은 맥락을 드러낼 수 있을지, 지역사회는 조용히 그리고 절절히 지켜보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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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예술고#무용강사#부산교육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