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모래시계가 멈추지 않는다”…강릉 바다풍경과 커피향, 깊어지는 여행의 가을
요즘 강릉을 찾는 여행객들이 부쩍 늘었다. 한때 단순한 동해안 휴양지로 여겨졌던 강릉은, 지금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무대로 변화했다. 특히 정동진의 모래시계 공원과 바다를 품은 거리, 그리고 도심 곳곳에 자리잡은 감성 맛집과 고택이 여행의 결을 바꿔놓고 있다.
정동진의 모래시계 공원에서 시작하는 하루. 이곳에서는 거대한 모래시계와 시원한 동해 파도를 바라보며 잠시 넉넉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산책로는 바다에 닿아 있어 어디를 걷든 푸른 풍경이 따라온다. 인근에서는 인증샷을 남기는 이들이 많고, 바람에 실린 파도소리가 자연스럽게 마음을 차분하게 다듬는다.

점심 무렵이면 패티김 같은 로컬 다이닝에 들려 수제버거를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100% 소고기 패티와 신선한 채소, 그리고 촉촉한 브리오슈 번이 조화로운 이곳은 연인과 가족 모두에게 편안한 쉼표가 된다. 수제 양파튀김, 달콤한 밀크쉐이크, 그리고 다양한 파스타나 필라프 메뉴는 여행에 작은 기분전환을 더한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강릉선교장에서 300년 고택 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다. 오래된 한옥이 들려주는 나무냄새와 기와지붕, 그리고 나지막한 정원 소리. 종가의 전통음식 만들기나 다도 체험은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흐르는 시간을 몸으로 느낄 기회다. “잠깐 쉬려고 들렀다가 하루가 모자랄 만큼 오래 머물고 싶었다”는 방문객의 표현이 공감되는 곳이다.
이런 변화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최근 강릉관광객 데이터에 따르면, 계절을 막론하고 문화·역사 체험을 병행하는 여행지를 찾는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SNS에는 “정동진 걷다 바다 바라보고, 저녁엔 고택에서 하룻밤”이라는 후기들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느린 여행의 부활’이라 지칭했다. 여행 칼럼니스트 김도윤은 “경치를 소비하던 여행에서, 머무르고 쉬며 지역의 공기를 배우는 여행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만큼, 빠르게 지나치는 일상이 피로해진 요즘, “천천히 걷다 보면 내 마음도 어느새 가라앉았다”는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강릉은 일상이었으면 좋겠어”, “정동진 시간은 언제나 느리게 간다”는 말에는 누구나 느끼는 강릉만의 여유가 담겨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지금 이순간 강릉의 시간은 그곳을 걷는 사람들의 삶마저 조금씩 바꾸고 있다.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을 품는 강릉의 길 위에서, 사람들은 바다와 커피향, 그리고 깊어진 자신을 다시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