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디지털헬스로 겨울 코 지킨다”…IT·바이오, 호흡기 관리전략 주목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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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파가 거세지면서 호흡기, 특히 코 건강이 IT와 바이오 기술이 교차하는 새로운 관리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낮은 기온과 건조한 공기는 비강 점막을 약화시켜 바이러스 방어력을 떨어뜨리는데, 여기에 웨어러블 센서와 디지털 헬스 플랫폼을 결합해 감기와 독감, 부비동염 등 호흡기 감염을 조기에 감지하려는 시도가 산업 전반에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업계는 계절성 호흡기 감염 관리가 디지털 헬스 시장 확대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의료계에 따르면 겨울철 차가운 공기와 낮은 습도는 코 안 점막의 점액 분비와 섬모 운동을 떨어뜨려, 외부에서 유입되는 바이러스와 세균을 걸러내는 1차 방어선 기능을 약화시킨다. 이때 기침이나 재채기 등을 통해 나오는 비말에 노출되면 감기에 더 쉽게 걸릴 수 있다. 최근에는 체온, 심박수, 호흡수, 수면 패턴 등을 지속적으로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를 활용해 이러한 초기 변화를 감지하고, 앱 기반 설문과 결합해 감염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려는 디지털 헬스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기본적인 예방법은 여전히 중요하다. 항균 비누를 활용한 손 씻기, 사람이 많은 실내 공간 회피, 주기적인 환기와 적정 실내 온습도 유지가 대표적이다. 디지털 헬스 기업들은 여기에 실내 공기질 센서 데이터를 연동해 온도와 습도,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농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사용자의 비강 건조감이나 코막힘 자가 보고와 함께 분석하는 서비스 모델을 제시하는 중이다.  

 

감기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감염은 대부분 수일 내 면역체계에 의해 호전된다. 충분한 휴식, 수분과 영양 섭취는 기본 관리 전략으로, 식염수를 이용한 비강 세척은 부어오른 점막을 가라앉혀 코막힘과 콧물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부 바이오기업은 생리식염수 조성에 점막 보호 성분을 더한 의료용 세척 솔루션이나, 분무 패턴을 정밀 제어해 약물이 비강과 부비동 전역에 고르게 전달되도록 설계한 디바이스를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증상이 불편할 정도로 심할 경우 해열제, 소염제, 비충혈 완화제 등의 약물치료가 활용된다. 여기에도 IT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복용 시점과 용량을 앱으로 관리하고, 증상 변화를 입력하면 알고리즘이 패턴을 분석해 의사 상담 필요 시점을 알려주는 식이다. 의료진 관점에서는 환자별 복용 이력과 증상 추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만성화 위험이 큰 환자를 선별하는 데 유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고열이 동반되면 독감을 염두에 둬야 한다. 38도 이상 발열과 심한 오한, 근육통, 설사와 복통, 메스꺼움 같은 소화기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다. 독감은 감기와 마찬가지로 상기도 점막을 침범하는 급성 질환이지만, 전신 증상이 더 강하고 합병증 위험도 크다. 최근 병원들은 간단한 검사 키트를 통해 독감을 신속 진단하는 동시에, 전자의무기록과 연계된 감염 감시 시스템으로 발병 추세를 분석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염 위험 예보 서비스를 고도화하려는 공공 보건 프로젝트도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철 코막힘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은 급성 부비동염이다. 부비동은 코와 연결된 얼굴 뼈 속 빈 공간으로, 감기에 걸리면 점막이 붓고 내부에 콧물이 고이면서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이때 세균 감염이 겹치면 통증과 압박감, 누렇고 끈적한 콧물, 후비루 등 증상이 심해진다. 감기 증상이 호전된 뒤에도 이런 증상이 수주간 이어질 경우 급성 세균성 부비동염으로 판단해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의료영상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부비동 CT나 내시경 영상에서 염증 범위를 자동 분석하거나, 수술 계획을 돕는 알고리즘 개발이 활발하다.  

 

코막힘과 콧물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단계에서는 만성 부비동염이나 비 용종 같은 구조적 문제를 의심해야 한다. 비 용종은 코 안에 자라는 물혹으로, 크기와 위치에 따라 후각 저하와 만성 두통, 수면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일부 기업은 만성 부비동염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데이터 수집을 진행해, 환경 요인과 증상 악화 요인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 관리 알고리즘을 구축하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더 드물지만 코피와 악취를 동반한 코막힘이 지속될 경우 비강 내 종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조기 진단이 예후를 크게 좌우하는 만큼, 자가 관리 중심의 디지털 헬스 도구와 병원 진단이 적절히 연계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는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양상이 반복될 경우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향후 비강과 호흡기 건강 데이터가 웨어러블, 스마트폰, 병원 EMR를 잇는 새로운 헬스 데이터 축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겨울철 코 건강이 단순한 생활 정보가 아니라, IT와 바이오 기술이 결합된 정밀 호흡기 관리 서비스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산업계는 이러한 기술이 실제 진료 현장과 일상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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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바이오#디지털헬스#부비동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