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 공습, 아시아 시장 흔들다”…ASEAN 수출 11.5% 폭등→제조업 생존경쟁 예고
아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이른 여름의 열기만큼이나, 중국발 저가 제품의 바람이 다시 한 번 역내 제조업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중국의 아세안(ASEAN) 국가별 수출이 전년보다 11.5% 증가했다는 통계는 저무는 저녁빛과 함께 전해진, 뜨거운 시장의 속사정을 담고 있다.
미국발 무역 규제와 중국 내수 경기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중국은 이번에도 생산 설비 확충과 수출 중심 정책에 더욱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통계로 확인되는 1~4월 대미 수출의 2.5% 감소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아세안으로 향한 물류선엔 더 많은 제품이 실려 마음을 재촉하고 있다. 특히 4월 한 달간 대아세안 수출 증가율은 무려 20.8%에 이르며, 그 곡선에는 불안과 긴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긴 디플레이션 국면에 머무르고 있고, 소비자물가지수(CPI) 또한 숨죽인 채 0에 가까운 등락만을 그린다. 그럼에도 베이징 당국은 제조업 설비를 더욱 넓히고, 생산능력을 키워 수출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골드만삭스가 분석한 지난 2년간 일본의 중국산 수입품 가격 경쟁력은 타국산 대비 15%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초저가의 파도는 중국 외곽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 찬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역사에 남은 1990년대 차이나 쇼크와 비견되는 생산 과잉, 저가 수출의 확장은 아시아 신흥국과 동아시아 제조업 생태계의 구조를 송두리째 바꿀 가능성을 예고한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잠잠해졌으나, 각국에서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선 기억 역시 생생하다. 이제, 많은 국가들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 강화 검토에 나서고 있으니, 시장은 점점 더 견고한 문을 닫아걸 준비를 서두르는 듯하다.
코넬대학교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의 고원 위 목소리가 귓가에 아련히 맴돈다. “중국 수출 확장에 전 세계가 우려를 갖고 있고, 이미 많은 곳에서 수입 제한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그는 단언한다. 미중 무역갈등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중국의 저가 공급과 수출 집중 기조는 아시아 제조업에 긴장과 변동, 그리고 새 풍경을 안겨주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와 세계는 이 새로운 생산경쟁의 소용돌이 너머, 어떤 조율과 변화를 모색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