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가속, 전용 AI 칩 9월 출시”…엔비디아, 미·중 공급망 갈등 속 신시장 공략
현지시각 9일, 미국(USA) ‘엔비디아(Nvidia)’가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하며 중국(China) 시장 전용 인공지능(AI) 칩을 오는 9월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CEO)는 다음주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제 공급망 포럼 참석과 함께 리창(Li Qiang) 총리 등 중국 정부 고위층과 면담을 추진하며, 미·중 기술 분쟁 국면에서 AI 칩 공급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행보에 나섰다.
엔비디아의 신제품은 ‘블랙웰 RTX 프로 6000’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NVLink 등 일부 첨단 기능은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제외된다. 회사 측은 ”미국 정부 규제 변경 시 추가 사양 조정도 논의 중”이라며, 중국 시장 접근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조치는 중국 내 대형 IT 기업들과 AI 생태계의 핵심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미국 정부 통제 하에서도 수익 구조를 방어하려는 포석이다.

앞서 미국 행정부는 자국 첨단 AI 칩 기술의 대중 수출 제한을 강화해왔고, 이로 인해 엔비디아는 2025회계연도 기준 중국 매출 170억 달러(전체 매출의 13%) 규모의 중요한 시장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지난 4월에는 미국의 수출 제한 강화로 인해 55억 달러 상당의 H20 칩 재고가 전액 손실 처리되는 일도 있었다.
중국 시장이 엔비디아에 여전히 중요한 만큼, 현지 고객 다수는 새로운 제한형 칩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알리바바(Alibaba), 바이트댄스(ByteDance), 텐센트(Tencent)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 첨단 칩의 불확실성을 의식해 자국 업체의 대체 제품 확보와 운용 실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미중 ‘디커플링’ 흐름 속에서 핵심 기술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젠슨 황 CEO는 16~20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되는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에서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 인사와의 만남을 추진한다. 지난 5월 대만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는 실패했고, 오히려 중국 내 AI 자체 인재와 기술 개발을 부추겼다”고 밝힌 가운데, 이번 방중은 중국 내 AI·반도체 업계의 투자자와 전문가들에게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전략은 미국 정부 규제와 중국 자체기술 부상 사이의 절묘한 균형”이라 평가했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4위의 AI 칩 수요국이다. 그러나 미국 규제로 엔비디아 ‘Cuda’ 시스템 대체에 드는 비용 부담 등으로 현지 기업들이 여전히 엔비디아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중국 맞춤형 AI 칩 출시는 미·중 반도체 갈등 속에서 엔비디아가 현지 시장 존재감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라며 “중국도 이 기회를 자립 기술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 조치가 향후 미·중 기술 전쟁과 글로벌 AI 공급망의 판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