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촉촉한 비, 깊어진 동해”…실내·사찰 여행지가 여름 휴가의 선택지로
라이프

“촉촉한 비, 깊어진 동해”…실내·사찰 여행지가 여름 휴가의 선택지로

정재원 기자
입력

여름 휴가의 기준이 달라졌다. 뜨거운 해변 대신, 사찰과 동굴을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날씨가 어떻든 마음 놓고 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는 여행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7월 중순, 동해시 전역엔 높은 습도가 감돌고 밤부터 비가 예보돼 있다. 그럼에도 동해 지역 현장에는 우산을 든 사람들과, 실내 명소를 향한 여행자들이 적지 않다. 지역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천곡황금박쥐동굴.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이 석회동굴은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일정한 온도와, 황금박쥐가 서식한다는 비밀스러운 분위기로 남녀노소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행정보를 공유하는 SNS에서도 “동굴에 들어섰을 때의 시원함과 몽환적인 동굴벽이 잊히지 않는다”는 후기가 종종 올라온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천곡황금박쥐동굴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천곡황금박쥐동굴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장마철 동해시 실내 관광지 관람객은 매년 꾸준히 증가세다. 특히 실내·사찰 명소의 경쟁력은 갑작스런 기상 변화에도 여행의 흐름을 끊지 않는다는 점. 묵호등대전망대는 해양 문화와 등대의 역사를 다채롭게 풀어낸 전시관 덕분에 가족 단위 방문객이 부쩍 늘었고, 삼화사는 신라시대부터 이어진 고요한 숲길과 비 내리는 산사의 정취로 ‘힐링 명소’로 소문이 났다.

 

여행 전문가 김효진 씨는 “장마철 여행의 본질은, 제약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경험에 있다”고 표현했다. “비에 묻힌 고즈넉한 산사나, 습기를 머금은 동굴의 공기를 느끼며, 일상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감각을 깨우는 여행”이라는 것. 실내 관광지만을 고집하기보다, 날씨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오히려 더 깊은 휴식을 안겨줄 수 있다는 조언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비 내리는 삼화사는 사진보다 직접 걸어볼 때 더 운치가 있었다”, “동굴 안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신비로운 공간이었다”는 공감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날씨 탓에 계획을 바꿔 실내 명소를 찾았지만, 오히려 기억에 남았다”는 여행담도 쌓인다.

 

사실, 여행을 떠난다는 건 단순히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평소와 다른 리듬을 경험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올여름 동해에서 비와 함께하는 여행은, 단지 우천 대피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느긋한 휴식과 새로운 시각을 연습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작은 변화지만, 마음을 쉬게 하는 법을 다시 배우는 여름이다.

정재원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천곡황금박쥐동굴#삼화사#묵호등대전망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