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당규에 계엄·탄핵 사죄 가능하나”…국민의힘, 혁신안 두고 내부 충돌
당내 개혁 방향을 놓고 국민의힘 내부가 다시 한 번 분열 양상을 드러냈다. 혁신위원회가 계엄과 대통령 탄핵 등 과거 중대 사안을 언급하는 ‘대국민 사죄문’을 당헌·당규에 명문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의 신중론, 친한동훈계의 비판론이 교차해 충돌이 확산되고 있다.
전날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당 소속 대통령 부부의 전횡을 막지 못하고 비상계엄 상황에 이르게 된 것, 그리고 대통령 탄핵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판단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선언했다. 혁신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당원께 드리는 사죄문’을 10일 공식 제시하고, 전당원 투표를 거쳐 당헌·당규에 수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 핵심 관계자와 지도부 인사는 구체적 사건 명시, ‘사죄’와 같은 감정적 표현이 당의 헌법으로 불리는 당헌·당규에 적합하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혁신위가 어떠한 방안도 제안할 수는 있지만, 실제 시행은 비상대책위원회 의결을 통해 결정된다”며 “헌법적 규정에 사죄문 삽입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안은 비대위원장, 혁신위원장이 임의로 결정할 성질이 아니다”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가 중요하지만 표현의 방식도 숙의가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당헌·당규에 탈당한 전직 대통령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의문이 있다”면서, ‘합리적 운영’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면 수록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친한계 의원들 다수는 ‘반복된 사과는 의미 없다’, ‘실질적 인적청산이 우선’이라며 혁신위의 사죄문 수록 방안을 실효성 없는 선언으로 평가절하했다. 실제 친한계 한 의원은 “국민은 사과에 더 이상 감흥이 없으며, 실제 변화가 필요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의원은 “익숙한 주장만 반복했다”며 혁신안이 새로울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당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혁신위원장에게 쇄신 권한을 위임한 만큼 혁신위 입장을 존중한다”며 원론적 방침을 재확인했다.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혁신위의 쇄신 업무를 신뢰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 시행 여부에 대한 논의는 비대위에서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권한과 상징성을 둘러싼 논란 속에 지도부, 친한계 등 주요 내부 그룹과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사과문 명문화 논란은 국민의힘 내 쇄신 노선, 인적 청산, 당헌 개정 방식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재부상했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향후 혁신위 제안의 당헌·당규 수록 여부 등을 놓고 전당원 투표 절차와 내부 토론을 거칠 방침이다. 이날 당내에서는 혁신안 시행을 두고 논쟁이 가열되며, 정치권은 향후 당 쇄신의 실질적 진전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