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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화 예산 미흡 논란”…행안부, DR 투자 지연에 재난 안전 우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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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보 인프라 재난 대응 체계의 핵심인 이중화(듀얼화) 시스템 구축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최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유례없는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가 발생하면서 재해복구시스템(DR) 투자를 둘러싼 예산 배분과 정책적 우선순위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DR 예산 편성에 소극적으로 나서 온 사실이 드러나며, “정부 스스로 국가 전산 자원의 안전성을 강화할 의지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업계는 이번 사고를 통째로 ‘공공 IT 인프라 이중화 경쟁’의 분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제출한 2025년 예산안에 반영된 DR 구축 신규 투자는 30억원에 불과하며, 그 중 실시간 이중화에 해당하는 액티브-액티브 방식 DR에는 단 24억원이 배정됐다. 전체 정보자원관리 예산이 5559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0.5% 미만에 불과한 비율이다. DR은 재난이나 장애 발생 시 데이터·서비스 운영을 신속히 복구하는 시스템으로, 특히 액티브-액티브 방식은 두 센터가 평상시에도 데이터를 동시에 주고받아 하나에 사고 발생해도 곧바로 다른 쪽이 무중단 전환이 가능하다. 전통적인 액티브-스탠바이 대비 구축 비용이 급증하는 점이 투자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 전산망에 장애 발생 시 ‘무중단 행정’에 근접하는 신속 복구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실질적 DR 예산에는 분명한 한계가 드러났다. 행안부는 지난해 각 부처에 “DR 구축, 우선 시범사업 실시 후 본격 투자”란 방침을 전달한 뒤, 관련 예산 투입을 유보·삭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올해 공주 복수센터 신축 예산도 전년 대비 235억원이 대폭 삭감, 이중화 구축 일정이 재차 늦어졌다.

 

예산 당국 책임론이 맞물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선 “행안부의 안일한 태도”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국회 측은 “공공 IT 안전을 국가 운영 핵심 인프라로 간주하고 긴급 증액·조정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용석 행안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은 “잘못된 방향으로 투자해 비용이 낭비되는 것보다 시범사업 완료 뒤 정식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해명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전, 광주 등 주요 센터의 액티브-액티브 이중화 체계 도입이 요원한 반면, 주요 선진국은 이미 복수 IDC, 분산 데이터센터 방식을 확산해 안정적 정부 데이터 운영 체계로 전환 중이다. 미국 연방기관은 최소 2곳의 DR 사이트를 요구하고 있으며, 일본, 유럽도 장애 발생 시 1~2분 내 복구 가능한 자동화 DR 서비스를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 일각에서는 “단계별 도입 현실성을 고려해 당장 고가의 액티브-액티브가 어렵다면, 우선 액티브-스탠바이 방식이라도 신속 적용해야 한다”는 실용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첨단 IT·바이오 인프라 시대일수록 재난 복구 체계와 예산의 우선순위가 뒤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동균 목원대 교수는 “액티브-액티브가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만큼, 단일화 센터 운영에 비해 더 신속한 복구가 가능하다. 다만 비용 논쟁을 넘어서 정부와 국회가 투명한 투자 판단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이번 화재 이후 실제 이중화 예산 확충이 이뤄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술적 대책과 정책적 예산 배분 모두가 공공 IT 인프라의 안전을 담보할 성장 조건이 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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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재해복구시스템#국가정보자원관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