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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 폐지법 통과 안될 것"…천대엽, 사법행정권 외부 개입에 강력 경고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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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을 둘러싼 충돌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면으로 드러났다. 대법원 수뇌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법원행정처 폐지 법안을 두고 맞서는 가운데,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겸 대법관이 공개 회의장에서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천대엽 처장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법원행정처 폐지 법률안 통과 시 대응 방안을 묻자 "통과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외부 권력기관이 사법행정권에 다수 개입하는 형태가 되면 사법부 독립을 내세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천 처장은 사법행정의 성격을 헌법 원리에 직접 연결했다. 그는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도 사법부 독립, 삼권분립이 제대로 정립돼야 헌법을 갖춘 나라라고 선언한 것처럼 저희는 사법부 본질이 재판뿐 아니라 인사권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행정에 있다"고 말했다. 재판권과 더불어 인사권을 매개로 한 사법행정이 사법부 독립의 축이라는 취지다.

 

법관 평가 기구를 국회나 외부에 두는 방안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법관 평가를 외부에서 하면 여론 재판하듯 정치권력이 재판부를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천 처장은 "결국 평가는 인사권에 관여하겠다는 것"이라며 "사법부 독립은 법관 인사의 독립을 핵심적 요소 중 하나로 삼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오늘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외부 권력기관이 법관의 평가, 즉 법관의 인사에 관여하는 것은 1987년 헌법에서 이룩한 삼권분립을 역사적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굉장히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날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언급한 발언 기조와 보폭을 맞춘 셈이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행정처 개편 논의의 과거 경위를 거론하며 질의를 이어갔다. 천 처장은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에도 행정처 개편을 말하면서도 법원 인사권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법관으로만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전제로 했고, 전체 회의체에 대해서도 법관이 다수인 회의체를 구성해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것마저도 헌법적 문제 때문에 입법화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기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계기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법관 외부가 참여하는 새로운 사법행정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법관 인사와 재판 배당 등 핵심 권한을 견제할 장치가 부족해 사법부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문제 제기다.

 

반면 대법원과 국민의힘은 법관 인사와 평가에 외부 권력이 개입하면 사법부 독립이 침해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법관 다수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와 회의체를 전제로 한 내부 개혁은 가능하지만, 국회나 행정부가 인사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헌법상 삼권분립 취지에 반한다고 보고 있다.

 

법원행정처 폐지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정국의 또 다른 갈등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은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한 구조 개편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반면, 국민의힘은 정치권의 사법 개입 시도라며 강력 반발하는 양상이다.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법안 심사가 이어질 경우, 사법부 수뇌부의 추가 출석과 추가 공방도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는 향후 법원행정처 폐지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 협상과 공청회 등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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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엽#법원행정처폐지안#국회법제사법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