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3할 타자 품귀 현상”…KBO리그, 역대급 투고타저→최저 기록 경신
스포츠

“3할 타자 품귀 현상”…KBO리그, 역대급 투고타저→최저 기록 경신

박다해 기자
입력

유니폼이 푸르게 휘날리는 그라운드, 누구보다 치열하게 방망이를 휘두르던 3할 타자들의 풍경이 올해 KBO리그에서는 낯설게 바뀌었다. 장타의 희열,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수치들이 하나둘 허물어지며 야구 팬들의 시선은 오히려 투수들의 역투에 머무르게 됐다. 치열했던 마지노선은 이제 단 5명만의 영역으로 남았고, 그 숫자는 기록의 역사마저 다시 쓰게 만들었다.

 

6월 24일 기준 KBO리그에서 규정 타석을 밟으면서 3할 타율을 기록 중인 선수는 삼성 라이온즈의 김성윤(0.358), 롯데 자이언츠의 빅터 레이예스(0.347), NC 다이노스의 박민우(0.331), KIA 타이거즈의 최형우(0.327), 한화 이글스의 문현빈(0.326) 단 5명이 전부다. 지난해 24명이 명단에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이며, 불과 2023년만 해도 14명이 이 벽을 넘었던 시간이 뚜렷이 대조된다. 10개 구단 시대 이후, 각 팀에서 3할 타자가 1명에 불과한 시즌은 이번이 처음이다.

“3할 타자 단 5명”…KBO리그, 역대급 투고타저→최저 기록 경신
“3할 타자 단 5명”…KBO리그, 역대급 투고타저→최저 기록 경신

돌이켜보면 2016년, 40명이 3할 벽을 넘었던 활황과는 달리, 2021년 13명에서 올해에는 불과 절반 이하로 숫자가 줄었다. 더 멀리 1986년 4명이라는 기록이 존재하지만 당시에는 7개 구단 체제였던 점을 감안하면, 선수 저변도 현저히 줄었던 시기였다. 그만큼 올해의 이례적인 투고타저 양상은 기록의 한 페이지를 새로 쓴 셈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환경의 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무엇보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도입과 함께 스트라이크존이 지난해보다 1㎝ 낮아졌고, 투수들이 자신 있게 낮은 공을 구사하며 타자의 공격력을 억제하고 있다. 여기에 공인구의 반발계수까지 0.0085 감소하면서, 라인드라이브나 홈런의 장쾌한 타구가 희귀해진 모습이다. 피치클록이 정착된 올해, 타자들이 타석에서 호흡을 가다듬을 틈조차 줄었다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현장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kt wiz 이강철 감독은 올해 리그에 합류한 외국인 투수들이 이전보다 한층 강해진 점이 타격 지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올해 피칭 중심의 경기 양상에서 타자들은 더욱 까다로운 상대와 맞붙으며, 3할 타자가 되는 길도 험난해졌다.

 

KBO리그는 어느덧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다. 순위표에는 여전히 촘촘한 경쟁이 이어지고, 경기장 안팎에서는 투수의 손끝에 시선이 쏠린다. 이런 환경에서 3할 타자라는 상징적 존재는 더 귀해졌고, 남은 시즌 그 숫자가 더 줄어들지, 아니면 새로운 이름들이 등장할 것인지 야구 팬들의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한다.

 

경기 기록이 간직한 의미는 시간과 함께 흐른다. 잊힌 이름과 새로 떠오르는 별을 바라보며, 팬들은 오늘도 응원의 물결을 이어간다. KBO리그의 새로운 투수 전성시대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순간들은, 올 시즌 남은 일정 속에서도 계속된다.

박다해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