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달의 배달혼, 역도산의 고독한 얼굴”…두 전설의 외침→누가 마지막까지 남았나
바람처럼 거침없이 세계를 가로지른 최배달과, 일본 무도계의 한복판을 홀로 뒤흔든 역도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펼쳐진 이들의 삶은 역사의 그늘과 빛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각기 다른 선택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며, 두 전설적 존재는 한 시대를 이끈 불굴의 파이터로 남았다.
최배달, 본명 최영의. 그는 전라북도 김제의 넉넉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유로운 영혼과 넘치는 힘으로 일찍이 주목받았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입산 수도와 도장깨기, 그리고 실전을 중시한 격투의 길을 택한다. "배달민족"의 피를 자랑스러워했던 그는 이름조차 바꾸지 않고, 일본 무도계에서 한국인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패전과 좌절의 시간을 딛고, 그는 소설과 만화의 주인공이 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았다. 수많은 시련 끝에 세상과 맞서 싸웠고, 늙고 병든 몸에도 스스로 '진짜 무도인'의 이미지를 끝까지 지켜냈다.

반면 역도산, 본명 김신락. 함경남도 씨름꾼 소년에서 일본 스모계로 뛰어들며, 그는 자신의 원래 이름과 뿌리를 꾹꾹 눌러 담았다. 스모 스타에서 프로레슬링의 황제로 변모한 그는, 미국 거구들을 넘어뜨리며 '천황 다음 역도산'이라는 압도적인 위상을 누렸다. 그러나 평생 조선인의 정체성을 감춘 채 살아야 했던 그의 삶은 이방인으로서 느꼈던 고독과 분투의 연속이었다. 가족조차 숨겨야 했던 진짜 이름, 그리고 밤이 깊어지면 숨어서 찾던 고향의 맛까지, 그 이면에는 낯선 땅에서 살아야 했던 이의 눈물이 서려 있었다.
최배달의 뜨거운 자부심과 역도산의 절절한 고독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한 사람은 이름을 관철하며 조국을 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조용히 자신을 지웠다. 하지만 둘 모두 철옹성 같은 각오로 세상의 벽에 맞섰다. 이들의 대결은 끝내 무산됐다. 허구와 전설이 뒤섞인 그 순간, 출연자들은 만약 이 거인들이 맞붙었다면 누가 승자가 되었을까라는 진한 물음을 남긴다.
각자의 길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역사를 뒤흔든 두 사람의 삶.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최배달과 역도산이 재일 코리안의 운명을 걸고 맞섰던 시대의 풍경, 그리고 빛과 어둠 속을 헤쳐나간 인간적 고뇌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진 의지와 어긋난 꿈은 시청자의 마음에 묵직한 여운을 색다르게 남긴다.
두 거인의 자존심이 엇갈리며 만든 이 서사는 곧, 시대의 무대에서 선택과 생존의 역사를 써온 재일교포 1세대 모두의 초상이기도 하다.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두 영웅의 질문, 진짜 승자는 누구인가. 그 해답을 향한 열기는 오늘 밤 10시 20분,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절정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