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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우수사례 법제화…과기정통부, 인재이탈 막아 산업경쟁력 강화 노린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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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의 채용과 경력유지, 일 생활 균형을 뒷받침하는 제도를 국가 차원에서 발굴하고 지원하는 장치가 마련됐다. 과학기술 분야의 고급 인력 풀에서 여성 인재 이탈을 줄여, 연구개발 역량과 디지털 전환 경쟁력을 높이려는 정책적 흐름과 맞물린 조치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연구 현장의 문화 개선과 인력 구조 다변화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여성과학기술인 육성과 지원을 위한 여성과기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28일부터 시행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개정은 지난 5월 개정된 상위법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 여성과학기술인 관련 우수사례를 제도적으로 발굴하고 선정해 지원하는 절차와 방법을 담고 있다.

시행령 개정의 핵심은 우수사례 발굴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고, 선정된 기관을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데 있다. 구체적으로 여성과학기술인의 채용을 촉진하고, 권익을 보호하며, 경력 단절을 예방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한 사례를 우수사례 발굴 대상으로 명시했다. 이를 통해 기관 내 채용제도, 인사평가 방식, 육아와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근무제도 등 다양한 현장 정책이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제도는 기존에 통계와 설문 중심으로 진행되던 여성과학기술인 활용 실태조사의 한계를 보완하는 성격을 가진다. 정부는 그동안 여성과기인 활용 실태조사를 통해 인력 규모와 경력단절 비율, 연구 현장의 근무 여건 등을 파악해왔지만, 실제로 어떤 기관이 어떤 제도와 문화를 통해 문제를 개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발굴과 확산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정 시행령은 이런 현장의 좋은 사례를 찾아내고 공유하는 과정을 국가가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수사례로 선정된 기관에 대해 정부는 관계 중앙행정기관 장과 협의해 포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재정지원과 행정적 지원을 통해 기관들이 여성과학기술인 친화 정책을 단기 캠페인이 아닌 중장기 전략으로 설계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인건비 지원, 연구 환경 개선 사업 연계, 평가 가점 부여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 방식이 검토될 여지가 생긴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개정 시행에 맞춰 내년부터 한국여성과기인육성재단을 중심으로 우수사례 발굴과 확산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WISET이 그간 수행해 온 멘토링, 경력복귀 지원, 이공계 진학 장려 사업에 더해, 기관 단위 정책과 조직문화 개선 사례를 수집하고 모델화해 과학기술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역할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연구기관, 대학, 기업 연구소 등 다양한 현장에서 여성 연구자 비율과 리더십 진출 비율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노리는 구상이다.

 

국제적으로도 연구개발 분야에서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혁신 역량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연구기관과 글로벌 IT 기업들은 유연근무제, 출산 경력 보상체계, 다양성과 포용 지표를 반영한 인사제도 등을 도입해 기술 인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인력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여성 과학기술인 확보가 구조적 인력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핵심 축 중 하나로 부상한 상태다.

 

홍순정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여성과기인 이탈을 막고 지속적인 성장을 돕는 것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이번 개정을 통해 현장 좋은 사례들이 널리 확산되고 여성 연구자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새로 마련된 제도 기반이 실제 현장의 제도 개선과 인력구조 변화로 이어질지, 후속 재원 배분과 평가 체계가 어떻게 설계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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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여성과기인#wi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