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부터 폭포까지”…대구, 느슨한 여행의 여름 감성
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이번엔 일상의 가까이에서 새로운 쉼표를 찾는 일이다. 대구처럼 도심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을 천천히 산책하듯 둘러볼 때, 생각보다 많은 풍경이 마음에 남는다는 걸 알게 된다.
요즘 SNS에서는 ‘대구골목여행’ 인증 사진이 부쩍 늘고 있다. 골목 곳곳에 숨은 카페와 벽화,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핀 여름의 폭포 앞에서 친구와 소소한 한 컷을 남기는 것이 대구 여행만의 감성 코스로 자리 잡았다. 특히 중구 대봉동의 능소화폭포는 청량한 인공폭포 소리와 붉디붉은 능소화가 색다른 조화를 이루며, 활기 넘치는 여름 오후에 잠시 머물기 좋은 포인트라고 한다.

진골목을 걷다 보면 오래된 간판, 손때 묻은 골목의 벽이 조용히 대구의 시간을 들려준다. 근대 문화유산을 품은 공간에서, 아날로그 감성의 사진관이나 전통 상점에는 2030세대부터 가족 단위 여행객까지 다양한 사람이 모여든다. ‘예전에는 이런 골목이 그저 옛스럽다 느껴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빈티지한 온기 덕분에 일부러 찾게 된다’고 한 여행자는 고백했다.
숲의 공기까지 쉬어 갈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달성군 화원자연휴양림이 인기다. 인근 캠핑장과 산림욕장에는 주말이면 아이들과 부모, 연인들이 발길을 하고, 한적한 산책길을 따라 걸으며 저마다의 속도로 여름을 천천히 누린다는 후기가 많다. 산책을 하다보면 소소한 피로마저 씻기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 “계절이 주는 선물 같다”고 한 방문객은 느꼈다.
대구에서는 미식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서구 내당동의 반고개무침회골목에선 먹음직스러운 매운 무침회로 여름 입맛을 깨우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대구식 무침회 전문 식당들엔 오래된 단골부터 호기심에 들른 여행객까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 집은 한 번 먹으면 생각난다’는 진심 어린 평이 SNS를 채운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대구 곳곳을 돌아보니, 특별한 계획이나 멀리 떠나는 수고 없이 천천히 머무는 시간 자체가 의미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골목길에서 본 작은 풍경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대구가 이렇게 다양할 줄 몰랐다”는 목소리들이 잇따랐다.
문화와 자연, 먹거리가 고루 어우러진 대구의 여행지는 이제 당일치기 힐링 코스로도, 여름 무더위를 달래는 계절 산책으로도 점점 인정받고 있다. 크고 거창하진 않지만, 내 속도를 지키며 걸을 때 만나는 휴식이 삶에 오래 남는 기쁨이라는 걸, 소박한 대구 여행에서 누구나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