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명칭 바꾼다”…정동영, ‘북향민’ 등 대체 용어 검토 시사
북한이탈주민 명칭 변경 논란이 다시 뜨거워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탈북민’과 ‘북한이탈주민’ 용어의 대체 방안을 공식 검토 중임을 밝히면서, 당사자들과 정치권 모두에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정 장관은 15일 경기권 통일플러스센터 개관식 축사에서 “북한이탈주민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탈(脫)’자”라며, “탈북, 어감도 안 좋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 장관은 “통일부가 이름을 바꾸자 해서 용역을 줬다”며 "(현재로서는) '이북에 고향을 두고 오신 분들'이라 해서 '북향민'이 제일 (지지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지역 향우회를 예로 들어 “‘탈’자를 떼버리고 북향민, 괜찮겠습니까?”라고 대중에게 묻기도 했다.

정동영 장관은 이미 지난달 말 북한이탈주민들과의 정책간담회에서도 용어 교체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통일부는 지난달 북한이탈주민학회와 연구용역계약을 체결, 법적 용어인 '북한이탈주민'과 일상어 '탈북민'의 변경 필요성 및 대체어 후보를 논의 중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사회통합을 위해 명칭 변경 필요성, 법정 용어 및 일상 표현 변경 여부, 적절한 호칭 등을 두루 검토 중”이라며 “연구 결과는 11월에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론 역시 명칭 변경에 우호적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해 통일연구원이 실시한 조사 결과, 58.9%가 법적 용어 변경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대체 용어로는 ‘하나민’, ‘통일민’, ‘북향민’의 선호가 엇비슷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도 ‘북배경주민’과 ‘탈북국민’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반면 ‘탈북민’이라는 표현이 이미 사회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은 만큼, 정부의 명칭 변경 시도가 실효를 거둘지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2004년 정동영 장관 1기 당시에도 ‘새터민’이라는 새 용어 도입이 추진됐으나, 당사자의 반대와 낯선 어감 탓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새터민 표현은 생소함과 당사자 반대로 지속되지 못했다”며, “북향민 등은 이미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어 정부가 대체어로 제안하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연구 결과 발표 뒤 국어연구원 자문, 북한이탈주민 의견을 폭넓게 반영해 연내 공식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당장의 법률 개정 여부와 사회적 수용성, 그리고 실제 일상에서의 사용 변화가 앞으로 명칭 변경 성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관련 법률 개정 논의와 함께 새로운 단어의 사회적 반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연구용역 결과와 대중 의견을 두루 검토한 뒤, 북한이탈주민 정체성과 사회통합을 위한 보다 포용적인 명칭 대안을 올해 안에 제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