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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휴전 후에도 감정의 균열”…하메네이, 미국 본토 테러경계 강화→중동 불안 향방은
국제

“이스라엘-이란 휴전 후에도 감정의 균열”…하메네이, 미국 본토 테러경계 강화→중동 불안 향방은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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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의 서녁빛이 길게 번진 테헤란의 골목, 하메네이의 형상이 그려진 벽화 앞을 무거운 숨결로 지나는 시민들의 표정에는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얼마 전까지 정적을 두른 이 도시는 이제 말 없는 침묵과 억눌린 두려움 속에서 느린 시간이 흐르고 있다. 12일에 걸친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휴전’이라는 절정에 다다랐지만, 양국의 국민들은 전혀 다른 심연에 서 있다.  

 

이스라엘 남부의 거친 하늘 아래 베르셰바의 주민들은, 선제공격이 이란의 핵 야욕을 저지했다고 믿으며 숨을 고른다. 한 주민은 “이 전쟁은 세계를 위한 결단”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경계에 선 영웅처럼 자부심을 내보였다. 그러나 멀리 떨어진 이란의 거리는 답답한 침묵으로 가득 찼다. 테헤란의 시민들은 정권의 통제 강화와 내일을 향한 불안한 기대로 숨이 가빠진다. 거리의 여성은 “전쟁이 정말 끝난 것인지 모르겠다”며 공기마저 얼어붙은 두려움을 토로했다.  

하메네이가 등장하는 벽화가 있는 테헤란 시내 거리[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하메네이가 등장하는 벽화가 있는 테헤란 시내 거리[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정치라는 대서사시의 주요 무대가 된 이 충돌은, 휴전 뒤에도 감정의 간극만을 남긴 채 일시적인 평온을 가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에선 “휴전이 너무 빨랐다”고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빗발쳤고, 이란 국민 사이에선 “정권의 손길이 더 거세질 것”이란 암울한 예감이 짙게 드리웠다. 영화 제작자들은 “승리 퍼레이드는 친정부 강경파의 몫일 뿐”이라는 냉소와 함께, 히잡 의무와 종교 행사 통제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우려를 품었다.  

 

한편, 대서양 건너 미국이 긴장감에 휩싸였다. 거대한 대륙의 땅에는 이란 보복 가능성에 대비하는 경계령이 내렸다. 연방수사국이 대테러 요원들을 복귀시키고, 국토안보부는 각 주정부에 두터운 방어벽을 촉구했다. 이민세관단속국이 이란 국적자 11명을 연행하는 장면에는, 벙커버스터가 남긴 먼지가 아직 미국 사회를 뒤덮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특히 ‘슬리퍼 셀’로 불리는 비밀요원의 실체가 도심을 스칠지 모른다는 불안, 이는 어느 누구도 방심할 수 없는 시대의 경계선을 말해준다.  

 

이란이 카타르 주둔 미군에 대응 사격을 취했으나, 미국의 답례는 자국 영토에서의 테러 방지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그렇게 세계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일시적 휴전 이면에 숨겨진 분노와 두려움, 그리고 새로이 몸을 감는 미국의 보안망 속에서 숨을 죽였다.  

 

이제, 국제사회는 이란 정권의 변화와 미국의 대응이 어느 날 새로운 파장을 불러올지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중동의 불투명한 새벽, 서로에게 더욱 멀어진 감정의 거리가, 갈등의 미래를 더욱 깊은 미궁으로 안내하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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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미국